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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과 소화제

지난 명절 집 앞 편의점에서 구입한 소화제 케이스에 새겨진 점자 문구입니다. 정확하게 소화제인지 알 수 있도록 약 이름이 들어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시각장애인의 오용을 막기 위한 법률 제정에 따른 효과를 확인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다만 6점의 점자셀과 셀간 거리가 너무 멀어 처음엔 위 아래를 찾지 못해 고생했습니다. 첨언하자면 이왕 점자를 만들게 되었다면 만드는 데서 끝나지 말고 정확하게 만드는 데에도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끄적끄적 2023.10.03

선물받은하루

고등학교 시절 학교 기숙사 옆 방에 기타를 잘 치는 형이 있었습니다. 문 밖으로 들리는 그 때 그 소리가 왜 그렇게 좋았던지. 아무 준비도 없이 형의 방으로 불쑥 들어가 무작정 하나씩만이라도 가르쳐 달라고 졸라 c코드부터 해서 통기타를 소위 가라로 배웠습니다. 80년대 말 대학에 들어가고 노래방도 없던 시절. 수업이 끝난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잔디밭과 벤치에서 막걸리 마시고 노래부르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당시 술을 먹지 못하던 제가 비장애인들 사이에 끼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가라로 배운 기타 실력을 이용해 분위기를 맞춰 주는 것이었는데요. 그래도 그 때 배운 엉터리 재주가 바탕이 되어 지금의 집사람에게도 인심을 얻고 한동안 대학 시절의 작은 재미로 많은 추억을 남긴 것 같습니다. 졸..

단상 2023.09.28

베고니아

아침부터 집사람이 베란다에 핀 베고니아가 너무 너무 이쁘다고 난리입니다. 꽃이 안 이쁜게 어디 있겠냐 속으로 생각합니다만 옆에서 자꾸 업이 되어 이야기하는데 시각장애인으로 호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밋밋한 제 반응에 이젠 아예 화분을 통째로 들고 와 꽃을 만져보여주기까지 합니다. 거참. 이참에 시각장애인이 만져서 그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IT 발전은 저혼자서 아이들 인물 사진도 찍어주고 바닥에 돌아다니는 조그만 종이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도 알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얼마전 학회에서 만난 설리번 플러스 앱 대표분과의 대화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하면 조만간 시각장애인들이 지금보다 더 편리하게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해..

일상 스케치 2023.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