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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과세월

요 몇년 봄꽃들이 기상이변으로 한꺼번에 모두 피어 버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봄의 소소한 즐거움을 놓쳐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미 피어서 지기 시작하고도 남을 벚꽃들이 몽우리만 겨우 맺은 채 요지부동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베란다에서 30년 넘게 한결같이 봄을 알리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결혼하면서 서울 부모님댁에서 넘겨받은 군자란이 바로 그 녀석들인데요. 최소 30년이 넘은게 분명한데 부모님으로부터 받을 때도 풍성한 녀석들이었던 걸 보면 도통 나이를 모르겠습니다. 예네들은 도대체 세월을 먹기는 하는 걸까요.

끄적끄적 2024.03.31

GPT와 작은 두려움

조금 전 American Printing House for the blind 페북 글에 연결된 링크를 타고 들어갔더니 새로운 전자점자기가 출시되어 보급 중인 것 같습니다. 보조공학과 전자점자기는 평소 관심사이기도 하여 내용을 살펴 보았습니다. 자세한 내용과 사진은 아래 링크로 직접 확인해 보시면 될 것 같고 저는 관련하여 최근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번역 수준에 대해 잠시 이야기할까 합니다. 평소 보통의 긴 영어 원문 중 정확한 해석이 필요할 경우 일단은 아이폰앱으로 깔려진 우리가 잘 아는 몇 가지 번역 앱의 힘을 빌리는데요. 이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제가 보기엔 여전히 맥락에 맞지 않은 단어와 구어체와 학술적 문구가 뒤섞여 대략의 분위기만 알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chat gpt로 해석해 달라고 하고 ..

사람보다낫다

예전에는 동백이란 남도의 섬이나 따스한 곳에서만 구경하는 꽃인줄 알았습니다. 몇 년전 집사람이 동백 화분을 사왔다고하기에 집에서도 동백꽃을 구경할 수 있다는 건지 낯설기만 하더군요. 역시나 나름 베란다 화분 키우기의 달인이 된 집사람에게도 동백을 구경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4년이 되도록 아무리 자식보다 더 살갑게 다루어도 동백은 우리에게 냉정할 정도로 잎만 보여줄 뿐 답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집안 청소를 하다가 고개를 돌린 아내가 베란다로 달려갑니다. 전혀 보지 못하던 빨간 꽃들이 창밖을 메우고 있다나요. 마침내 그 고고한 동백이란 녀석들이 꽃망울을 터트렸더군요. 아무리 애지중지 챙겨도 답을 않던 녀석들이 오히려 혹독하게 꽃샘바람과 늦추위에 내버려두니 스스로 못견디고 꽃을 보여줍니다...

일상 스케치 2024.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