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504

로미오와 줄리엣

어느 날 누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왔다며 온통 영화 이야기와 포스터로 도배를 합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부터 어린 시절 누이의 방 한쪽 벽에 항상 걸려 있던 올리비아 핫세의 브로마이드는 마치 생생한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납니다.  깎아놓은 듯한 윤곽에 동양적인 외모를 가진 주인공 여배우와 함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방안에서 흘러나오던 누이의 독수리전자의 오디오에서 들리던 음악.  연말 뉴스를 뒤적이다가 영화배우 올리비아 핫세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영화를 직접 본 것도 아니건만 오래도록 친숙한 무언가를 떠내보낸 것 같은 작은 아쉬움이 듭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1968년 작품이라는군요. 세월 참 많이 흘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mU4-lg..

함께 어우러져 산다는 것

12월 3일 매일 사용하는 토스 초기화면에 저만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안내 멘트가 뜹니다. 습관적으로 눌러 봅니다. 뜻밖에 생뚱맞게 별자리를 느껴보라는 내용과 함께 두 번 터치해보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비장애인에게 사용하지 않는 안내 멘트에 어리둥절하며 시키는대로 끝까지 가 봅니다. 각각의 소리마다 새로운 별자리를 연결할 수 있게 만들어 마지막에는 새롭게 완성된 이야기가 나오도록 만든 구조이더군요. 중요한 건 이 메뉴가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시각장애인들이 터치 기반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소개하기 위하여 구상된 메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여러 앱을 사용해 오면서 간혹 시각장애인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전화나 메일로 의견을 전할 때마다 무관심이나 그럴 의사가 없다며 냉담하게 ..

유럽과 일본의 주요 시각장애 통합교육 제도

I. 유럽의 주요 시각장애 통합교육 제도 유럽에서 시각장애 학생의 통합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맹학교)의 협력을 활용하는 모델은 몇몇 나라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 접근 방식은 학생이 일반학교에서 주류 교육을 받으면서도, 필요한 경우 특정 과목이나 기술에 대해 맹학교에서 추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모델을 채택한 주요 나라와 그 구체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네덜란드 • 모델 : “리소스 센터(Resource Center)” 모델• 네덜란드에서는 시각장애 학생이 일반학교에 등록된 상태에서, 맹학교(특수학교)의 리소스 센터를 통해 추가 지원을 받습니다.• 리소스 센터에서는 점자 교육, 보조기기 사용법, 이동 기술 등을 가르치며, 일반학교 교사와 협력하여 학생의 ..

Be my love

Be my love는 Andrea Bocelli나 여러 성악가들이 웅장하게 부르는 곡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우연하게 한국계 대니구라는 사람이 현악의 감성으로 만든 영상을 보았는데 너무 색다르면서 한 번 들었는데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일요일 밤, 왠지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신다면 오케스트라 반주가 아닌 현악기와 대니구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위로를 받아보시면 좋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qcwbzfDz98대니 구 HOME.mp3

끄적끄적 2024.11.24

언젠가는

어느덧 늦단풍 속에 낙엽이 하나 둘 지는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요즘 고음질 flac 파일로 pc파이 음악에 푹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들을 때면 가수의 보컬의 호소력과 멜로디나 사운드의 특징을 주로 귀기울여 듣는 습관이 있어  대체로 가사는 귀에 담아 두지 않는 편입니다. 모처럼 1990년대 고음질로 녹음된 이상은씨의 '언젠가는'을 듣게 되었습니다. 쓸쓸한 멜로디와 호소력있는 드럼이 참 깊숙히 와닿는 멋진 음악입니다만  갑자기 오늘따라 첫 머리의 가사가 뜨끔하게 가슴을 찌르는 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곡을 부른 가수나 저나 그 시절 비슷한 나이를 살았지만 과연 이런심오한 첫 머리의 가사를 이해하고 부른 것인지... 30년이 지나 다시 듣는 곡의 가사가 이렇게나 미래를 예언하는 의미가..

일상 스케치 2024.11.11

AI와 내로남불

요즘은 AI의 생활속 급격한 보급과 IT 기술 발달이 하루하루 두려울 정도로 놀랍기만 합니다. 올해 SK텔레콤에서 보급한 에이닷 앱의 통화중 녹음 기능을 즐겨 사용하면서 이런 점을 특히 실감하는데요. 아이폰의 통화중 녹음에는  선명한 녹음 기능 이외에도 AI 기술을 활용한 통화요약, 상세요약, 전문 텍스트화 기능도 유용합니다.  특히 상대방과의 수신 통화를 끝내고 나면 곧바로 에이닷이 전체 통화 내용을 분석해 적절한 제목을 액정에 띄워주는데요.  마치 논술 전문가나 방송 기자가 통화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핵심을 짚어주는 것같은 착각을 느끼게 할만큼 놀랍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가 내 통화를 엿듣는 것같다는 찜찜함도 느끼곤 합니다. 특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건 단순히 통화중에 나온 몇몇 단어를 골라..

일상 스케치 2024.11.08

헬렌켈러로 바라본 장애인권 감수성

Q: 사람들은 장애 극복과 관련해서 헬렌킬러에 대한 사례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헬렌킬러가 남들 앞에 설 때면 의도적으로 원피스나 드레스같이 옷을 잘 입고 나오려고 한다거나 다른 사람들은 잘 보이려고 한쪽 눈을 의안으로 바꿨다든지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장애인권 감수성과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A: 헬렌 켈러가 남들 앞에 설 때 옷을 잘 차려 입고, 한쪽 눈에 의안을 끼워 다른 사람들이 보기 좋게 하려는 노력은 당시 사회적 맥락과 장애에 대한 시선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헬렌 켈러가 살던 시대에는 장애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했고, 장애인이 “정상인”처럼 보이는 것을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헬렌 켈러가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한 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한 편의 기적

그 어느 해보다 빠른 추석 연휴를 보내고 이런 저런 징검다리 황금 연휴의 마지막 오후를 보냅니다. 다들 이제 내일부터 무얼 위로삼아 직장을 다녀야 하나 한탄하는 우스개 소리를 들으며 오후의 따스한 아파트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따가운 한낮의 햇살 속에서도 고개를 내민 가을의 정취가 어느 해보다 소중하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채 보름여 전 추석을 넘긴 뒤에도 늦은 저녁까지 24, 5도를 넘나드는 늦더위로 에어컨 앞에 지내던 때가 생생하건만 며칠 전 새벽 최저 기온이 이곳 대전은 9도였습니다. 그 바람에 서둘러 여름 이불을 챙기고 가을 이불을 찾아 꺼내느라 법석을 벌이기도 했네요. 이젠이런 극단의 기상이변조차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기도 진부할 만큼 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어제 가진 교과서 집필 모임에서 저녁..

끄적끄적 2024.10.09

명함을 바꾸었습니다

일개 교사가 명함이 얼마나 필요있냐고 할 수 있지만 10여년전 관내 통합교육을 받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맹학교 내 시각장애 통합교육 지원센터 홍보를 하면서 가장 편한게 명함 한 장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수업을 하지 않는 신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서로 펜을 찾고 폰에 기록하기보다는 종이 한 장 나누는게 편하더군요. 그래서 지금껏 가지고 다니는 필수 소지품 중 하나가 명함이 담긴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기존 명함들을 모조리 버리고 새로 200장 들이 새명함을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속이나 지위가 바뀔 때 명함을 새로 찍곤 할텐데요. 저는 제가 애용하던 이메일 주소가 변경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비용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35년전 대학에 들어가 어찌 ..

일상 스케치 2024.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