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고 아파트 산책로를 따라 돌다가 작은 햇살 사이로 피어난 모란꽃을 집사람이 찍습니다. 너무 너무 예쁘다는데 실명하기 전 도회지에서만 자라다보니 이런 좋은 꽃을 미처 보지 못한게 아쉽기만 합니다. 문득 집사람이 목단이라고도 부른다는 말에 어디서 들었지 생각해보다 어릴적 할머니와 담요를 펼쳐놓고 치던 민화토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의 유치한 색감의 화투판에서 보던 목단이 이 모란을 의미한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그 그림보다 훨씬 예쁘고 아름답다고 합니다. 기상이변에 살기 어려운 요즘이지만 어쩌면 우리 인간들보다 이 자연만큼 한결같이 제 몫을 다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녀석들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