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영화이야기 24

로미오와 줄리엣

어느 날 누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왔다며 온통 영화 이야기와 포스터로 도배를 합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부터 어린 시절 누이의 방 한쪽 벽에 항상 걸려 있던 올리비아 핫세의 브로마이드는 마치 생생한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납니다.  깎아놓은 듯한 윤곽에 동양적인 외모를 가진 주인공 여배우와 함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방안에서 흘러나오던 누이의 독수리전자의 오디오에서 들리던 음악.  연말 뉴스를 뒤적이다가 영화배우 올리비아 핫세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영화를 직접 본 것도 아니건만 오래도록 친숙한 무언가를 떠내보낸 것 같은 작은 아쉬움이 듭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1968년 작품이라는군요. 세월 참 많이 흘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mU4-lg..

내가 준비하는 '소풍'을 설렘으로 만들고 싶다면

직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생각과 다르게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는데요. 별 것 아닌 일임에도 누구의 무게가 더 무겁고 누구의 일이 더 큰지를 가르는 소모적 논쟁으로 온통 하루가 저뭅니다. 그러다 허탈한 마음으로 문을 나설 때면 답도 모른 채 오늘 내가 무엇을 한 것일까, 이게 대체 내게 어떤 값어치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얼마 전부터 '소풍'이라는 영화에 대한 리뷰와 몇몇 인터뷰를 접하며 왜 사람들이 저리도 일개 영화를 입에 오르내리는지 궁금해 했었습니다. 특히 나문희 배우의 애정어린 영화평을 대하며 소위 메이저 또는 화려한 cg와 헐리우드 영화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소자본, 그것도 노년기에 접어든 세명의 이들이 주연인 영화의 힘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황금같은 선거일..

문소리의 빛을 더해주는 '세자매'

현대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어우러지는 학교, 직장, 교회..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교, 대학을 거쳐 직장에서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만나면서 그 안에서 나와의 관계를 엮어간다. 그 중에는 내 삶을 나누어 줄 수도 있는 절친도 생기고, 배필이라는 반쪽도 만나게 되리라. 하지만 어린 시절, 특히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나만의 유년시절을 하나라도 경험하지 않고 지금의 내가 된 사람이 과연 있을까. 오늘의 매끈한 나조차도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꺼내고 싶지 않은 유년의 어둡고 또는 슬픈 기억의 토막들이 있으리라. '세자매'는 그러한 우리 인간의 어찌 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잊고 싶은 속살을 솔직하게 드러내 준 영화가 아니었을까. 서로 다른 성격과 인생을 살고 있는 세자매. 도입부에서는 너무나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