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영화이야기

군주가 가져야 할 자질, '남한산성'

tosoony 2017. 10. 23. 01:38

 주말 영화 예매 순위를 알려주는 TV프로에서 '남한산성'1021일 현재 3위에 올라있고 관객수가 3백여만명이라는 내용이 흐른다.

"어라 겨우 이 정도?.."

지난 주 화면해설을 통해 '남한산성'을 감상한 입장에서 뜻밖의 저조한 관객 동원 스코어였다.

김훈 작가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탓에 개봉 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된 이 작품은,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청의 치욕스런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두 인물의 행동과 대사 연기가 그야말로 압권인 의미있는 역사물이라고 하겠다.

(자세한 내용 설명은 스포일이 되므로 영화관에서 감상해 보시길 바란다~~~)

 

'남한산성'을 본 사람들의 평도 다양한 것 같다.

유력 야당의 대표는 무능한 군주가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는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나약하고 정쟁에만 신경쓰는 우리 민족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영화 내내 또 다른 상념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정부는 도입 절차와 실효성 문제로 지난 정부 말기부터 국가간 쟁점이 되어 온 사드를 임시라는 꼬리를 달아 배치 결정을 내렸다.

물론 이 결정의 표면적 이유가 반복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임은 국민 모두가 인지하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앞서의 정부부터 집요하게 행사해 온 미국의 압력이 짙게 깔려 있다는 점도 많은 이들은 감지하고 있다.

정작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고, 중국에 진출한 수많은 기업들이 겪는 재정적 피해를 뻔히 보고도 이를 선제적으로 방어하지 못하는 이번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표현하는 이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

 

 '남한산성' 영화 속 최명길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역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청과의 화친을 위해 앞장선다.

이번 문재인 정부가 사드에 대해 내린 결정이 순수하게 자국 국방력과 안전 확보를 위해 내린 최선의 조치만인지 아니면 최명길이 겪은 고뇌와 갈등에 따른 최소한의 결단이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매주 실시되는 여론조사에서 사드 배치라는 메가톤급 사건이 터졌음에도 지지율 하락 폭이 미미하거나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한다는 누군가는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정권 초기 자주 국방에 대한 국민의 열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평소 발언 취지와 달리 전쟁중인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다.

이로 인해 많은 지지자들이 그를 등졌고, 징보 언론 대다수가 공격적인 논설을 쏟아냈었다.

 

 그러나 이후 정권 내내 일어난 여러 사건과 안타까운 죽음, 그 이후 알게 된 여러 사실들을 보며 많은 이들이 이번 정부만은 당시의 성급한 성토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것.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 '남한산성'이 우리 국민에게 주는 교훈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이 가을, 소설 '남한산성'을 다시 한번 정독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