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영화이야기

문소리의 빛을 더해주는 '세자매'

tosoony 2021. 6. 5. 00:56

현대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어우러지는 학교, 직장, 교회..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교, 대학을 거쳐 직장에서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만나면서
그 안에서 나와의 관계를 엮어간다.
그 중에는 내 삶을 나누어 줄 수도 있는 절친도 생기고, 배필이라는 반쪽도 만나게 되리라.
하지만 어린 시절, 특히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나만의 유년시절을 하나라도 경험하지 않고 지금의 내가 된 사람이 과연 있을까.
오늘의 매끈한 나조차도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꺼내고 싶지 않은 유년의 어둡고 또는 슬픈 기억의 토막들이 있으리라.

'세자매'는 그러한 우리 인간의 어찌 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잊고 싶은 속살을 솔직하게 드러내 준 영화가 아니었을까.

서로 다른 성격과 인생을 살고 있는 세자매.
도입부에서는 너무나 다른 사고방식과 삶을 갖고 있어 도저히 공통점이 없을 것 같던 세 사람.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톱니바퀴가 하나씩 맞아 돌아가듯 각기 다른 이 세사람은 어릴 적 트라우마가 녹여낸 기억으로부터 원치 않게 탈출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관객은 이들 세사람의 눈높이에서 함께 공감하며 아픈 유년의 기억을 함께 아파하게 된다.

아빠는 슈퍼맨이고 부모는 모든 것을 다 해줄 것만 같던 시절을 지나
부모에 대한 반항이 최고의 미덕인 양 거칠던 질풍노도의 시절을 겪고
다시금 초보 부모가 되어 아이들 앞에 쩔쩔매고 미약한 인간임을 자임하게 되는 요즈음.
이 영화는 부모와 아이들. 그리고 가족이란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하나 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요소 중 하나로 문소리의 눈부신 연기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세자매의 각기 다른 캐릭터 속에서 문소리의 위치는 완숙하고도 탄탄한 경지를 느끼게 만든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영화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즈음.
작지만 빛나는 볼거리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