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맹학교 100

대전맹학교 제10대 교장 최규붕 선생, 혈액암으로 별세

대전맹학교 교장을 역임하며 시각장애 교육과 재활에 헌신했던 최규붕 선생이 2025년 2월 18일, 혈액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최규붕 교장은 1957년 7월 15일 전라북도 옥구군 임피면 술산리에서 3남 3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출생 당시부터 백내장과 녹내장으로 시력이 약했던 그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특히 12살에 우연한 사고로 오른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는 시련을 겪으며 좌절 속에 성장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이를 극복했다. 어린 시절 장롱 서랍에 고무줄을 감아 만든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에 몰두했던 최 교장은 이후 대전맹학교와 서울맹학교를 거쳐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에 입학해 특수교육 전문가로 성장했다.1986년 대전맹학교 교사로 임용된 최 교장은 시각장애 교사로서 ..

유럽과 일본의 주요 시각장애 통합교육 제도

I. 유럽의 주요 시각장애 통합교육 제도 유럽에서 시각장애 학생의 통합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맹학교)의 협력을 활용하는 모델은 몇몇 나라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 접근 방식은 학생이 일반학교에서 주류 교육을 받으면서도, 필요한 경우 특정 과목이나 기술에 대해 맹학교에서 추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모델을 채택한 주요 나라와 그 구체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네덜란드 • 모델 : “리소스 센터(Resource Center)” 모델• 네덜란드에서는 시각장애 학생이 일반학교에 등록된 상태에서, 맹학교(특수학교)의 리소스 센터를 통해 추가 지원을 받습니다.• 리소스 센터에서는 점자 교육, 보조기기 사용법, 이동 기술 등을 가르치며, 일반학교 교사와 협력하여 학생의 ..

헬렌켈러로 바라본 장애인권 감수성

Q: 사람들은 장애 극복과 관련해서 헬렌킬러에 대한 사례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헬렌킬러가 남들 앞에 설 때면 의도적으로 원피스나 드레스같이 옷을 잘 입고 나오려고 한다거나 다른 사람들은 잘 보이려고 한쪽 눈을 의안으로 바꿨다든지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장애인권 감수성과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A: 헬렌 켈러가 남들 앞에 설 때 옷을 잘 차려 입고, 한쪽 눈에 의안을 끼워 다른 사람들이 보기 좋게 하려는 노력은 당시 사회적 맥락과 장애에 대한 시선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헬렌 켈러가 살던 시대에는 장애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했고, 장애인이 “정상인”처럼 보이는 것을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헬렌 켈러가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한 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한 편의 기적

그 어느 해보다 빠른 추석 연휴를 보내고 이런 저런 징검다리 황금 연휴의 마지막 오후를 보냅니다. 다들 이제 내일부터 무얼 위로삼아 직장을 다녀야 하나 한탄하는 우스개 소리를 들으며 오후의 따스한 아파트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따가운 한낮의 햇살 속에서도 고개를 내민 가을의 정취가 어느 해보다 소중하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채 보름여 전 추석을 넘긴 뒤에도 늦은 저녁까지 24, 5도를 넘나드는 늦더위로 에어컨 앞에 지내던 때가 생생하건만 며칠 전 새벽 최저 기온이 이곳 대전은 9도였습니다. 그 바람에 서둘러 여름 이불을 챙기고 가을 이불을 찾아 꺼내느라 법석을 벌이기도 했네요. 이젠이런 극단의 기상이변조차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기도 진부할 만큼 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어제 가진 교과서 집필 모임에서 저녁..

끄적끄적 2024.10.09

끈적한 여름밤에 듣는 음악을 골라 봅니다

끝나지 않은 장마 속에서 요며칠 잊혀진 열대야를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한 여름의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책도 읽어보고 영화도 한 편 몰입해 보고 등등. 그 중에서 이런밤은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하다가 재즈 하나 골라 봅니다. 땀으로 끈적이지만 음악의 끈적임은 더 릴렉스하게 만들어 우리를 잠이 오도록 만들 것 같지 않을까요? Smoke Gets In Yours Eyes (feat. Scott Hamilton) https://www.youtube.com/watch?v=4V7ZFAM-680

끄적끄적 2024.07.23

telnet 기반 넓은마을의 퇴장을 기억하며 3

2000년 대전맹학교 WEB BBS가 개통한 이후 12년간 여러 가지 새로운 실험과 창의적인 서비스가 많이 시도되었습니다.앞서 언급한 것처럼 초기에 대전맹학교 WEB BBS에서는 학생들의 관심과 정보화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학습 정보제공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참신한 게임을 고안하여 추가했었습니다.주사위 게임, 흰지팡이 블랙홀 탈출 게임, 비밀의 빈칸 퀴즈 풀기 게임 등은 학생들의 인기 메뉴였고 미리 정해진 특정한 대본에 자기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면 모든 이야기가 내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도록 만든 텍스트 게임도 한동안 인기를 누렸습니다.특히 대전맹학교 WEB BBS에서 처음 선을 보인 문자 보내기 시스템과 연동하여 특정 점수에 도달할 때마다 무료로 문자를 충전시켜 줌으로써 큰 호응을 얻기도 했는데, 이 프로..

정보마당 2024.06.26

telnet 기반 넓은마을의 퇴장을 기억하며 2

오늘은 대전맹학교 입사 후 초기 컴퓨터 담당 교사로 학생들을 교육하면서 겪은 애로와 서버 구축을 통해 학교 자체로 BBS를 운영하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993년 일반 시각장애인들에 비해 대학 시절부터 컴퓨터와 모뎀을 통한 PC통신에 익숙해져 있던 저는 졸업 후 대전맹학교로 발령을 받아 처음 교장선생님과 대면을 하게 되었습니다.교장선생님께서는 학교 내에 비장애인 컴퓨터 교사는 있지만 시각장애 당사자의 눈높이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교사가 없어 어려움이 많으니 저에게 원래 교과 시간을 줄여 컴퓨터 교과를 지도해달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이런 이유로 저는 부임하자마자 원래의 전공 분야 대신에 뜻하지 않게 자격증 하나 없이 컴퓨터 교사로 변신하여 학생들과 컴퓨터실에서 온종일 씨름하는 교사가 되었..

정보마당 2024.06.24

군자란과세월

요 몇년 봄꽃들이 기상이변으로 한꺼번에 모두 피어 버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봄의 소소한 즐거움을 놓쳐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미 피어서 지기 시작하고도 남을 벚꽃들이 몽우리만 겨우 맺은 채 요지부동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베란다에서 30년 넘게 한결같이 봄을 알리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결혼하면서 서울 부모님댁에서 넘겨받은 군자란이 바로 그 녀석들인데요. 최소 30년이 넘은게 분명한데 부모님으로부터 받을 때도 풍성한 녀석들이었던 걸 보면 도통 나이를 모르겠습니다. 예네들은 도대체 세월을 먹기는 하는 걸까요.

끄적끄적 2024.03.31

만드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정확하게 만드는게 중요한거야

행복하고 여유로운 설 명절 보내셨는지요. 코로나19로 중단되었다가 다시 명절에 만나기 시작한 형제들끼리의 즐거운 수다는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명절 때 우연히 마주친 생활 속 점자에 대해 간단히 적어 보려 합니다. 1) 의정부에 자리한 저희 부모님 아파트가 그동안 낡고 좁은 엘리베이터 대신 최신형의 엘리베이터로 교체를 했더군요. 친절한 음성안내에 내부도 넓어진 엘리베이터는 역시 편리했습니다. 그런데 손끝으로 층별 배치에 만들어진 점자를 대하면서 뭔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 날 다시 각 층마다 있는 상, 하 버튼을 자세히 보니 규격보다 간격이 넓직하고 알도 조금 커보입니다. 2) 몇 년전 부모님 화장실에 사용되던 비데가 고장났다 하여 인터넷 주문으로 새로 비데를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