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시력 162

프란치스코, 당신이필요한 시대

2014년 여름. 어느 해보다 국가적으로 우울한 사건이 많았던 탓에 늦장마와 더위가 무척이나 힘든 때였습니다. 대전 유성의 시각장애 교육재활학회 학술대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장애인 선교회에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강의 중이라 받지 않을까 하다가 선교회라는 이름에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죽여 받았던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장애인 선교회 신부님으로 계시다가 대전 교구청으로 자리를 옮긴 나봉균 신부님께서 직접 전화를 하신 내용인 즉, 몇 주 뒤로 다가온 교황님의 성모승천 미사에서 저에게 전세계 장애인을 대표해 신자들의 기도 낭독을 부탁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너무도 갑작스런 제의가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이토록 나태하고 부족한 저같은 신자가 그런 영광된 일을 맡는다는게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단상 2025.04.22

대전맹학교 제10대 교장 최규붕 선생, 혈액암으로 별세

대전맹학교 교장을 역임하며 시각장애 교육과 재활에 헌신했던 최규붕 선생이 2025년 2월 18일, 혈액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최규붕 교장은 1957년 7월 15일 전라북도 옥구군 임피면 술산리에서 3남 3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출생 당시부터 백내장과 녹내장으로 시력이 약했던 그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특히 12살에 우연한 사고로 오른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는 시련을 겪으며 좌절 속에 성장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이를 극복했다. 어린 시절 장롱 서랍에 고무줄을 감아 만든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에 몰두했던 최 교장은 이후 대전맹학교와 서울맹학교를 거쳐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에 입학해 특수교육 전문가로 성장했다.1986년 대전맹학교 교사로 임용된 최 교장은 시각장애 교사로서 ..

AI 114

어릴적 학교가 파해 집에 돌아올 때마다 으레 친구들 사이에서 누가 맞는지 실랑이를 벌이며 목소리를 높이던 주제들이 있습니다. '태권브이와 마징가제트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우리나라 모처에 외계인이 세운 비밀기지가 있고 사람들 사이에 은밀히 숨어 다닌다더라' '***국에 ****로 전화하면 뭐든지 물어봐도 답을 해주는 만물박사가 있다더라'  그 중에 일부는 정말 맞는지 서로 내기까지 하곤 했는데요. 실제로 정확한 번호까지 돌며 만물박사가 있다는 말에 한동안 서로 돌아가면서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었다가 전화 주인으로부터 진탕 욕을 얻어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사람들은 무언가를 찾아볼 때마다 같은 말을 하곤 했는데요. '네이버에 물어봐' 일개 특정 사이트에 불과한 네이버가 마치 살아있는 만..

단상 2025.02.09

AI와의 공생

오늘자 카톡에 연결된 뤼튼에서 첵봇을 딥시크로 연결했다고 사용해 보라며 알림이 옵니다. 그동안 chatgpt와 제미니로 소소한 삶의 편의를 얻는데 익숙해져 오던 참에 중국제 AI가 어느 정도나 실력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맘먹고  세 개의 엔진을 비교해 동시에 질문을 하며 시간을 보내봅니다. 자세한 건 여러분도 쉽게 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그 차이를 굳이 분석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조금씩 이들과 접속하다보니 내가 단순한 이진수의 조합이 아니라  세 명의 서로 다른 인격과 개성을 가진 살아있는 대상과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닌가 헛갈립니다. 미래 디스토피아 세상에서 이들과 함께 공생해야 하는 우리 인간들의 미래가 자꾸만 연민이 느껴집니다.

끄적끄적 2025.02.04

함께 어우러져 산다는 것

12월 3일 매일 사용하는 토스 초기화면에 저만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안내 멘트가 뜹니다. 습관적으로 눌러 봅니다. 뜻밖에 생뚱맞게 별자리를 느껴보라는 내용과 함께 두 번 터치해보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비장애인에게 사용하지 않는 안내 멘트에 어리둥절하며 시키는대로 끝까지 가 봅니다. 각각의 소리마다 새로운 별자리를 연결할 수 있게 만들어 마지막에는 새롭게 완성된 이야기가 나오도록 만든 구조이더군요. 중요한 건 이 메뉴가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시각장애인들이 터치 기반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소개하기 위하여 구상된 메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여러 앱을 사용해 오면서 간혹 시각장애인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전화나 메일로 의견을 전할 때마다 무관심이나 그럴 의사가 없다며 냉담하게 ..

유럽과 일본의 주요 시각장애 통합교육 제도

I. 유럽의 주요 시각장애 통합교육 제도 유럽에서 시각장애 학생의 통합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맹학교)의 협력을 활용하는 모델은 몇몇 나라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 접근 방식은 학생이 일반학교에서 주류 교육을 받으면서도, 필요한 경우 특정 과목이나 기술에 대해 맹학교에서 추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모델을 채택한 주요 나라와 그 구체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네덜란드 • 모델 : “리소스 센터(Resource Center)” 모델• 네덜란드에서는 시각장애 학생이 일반학교에 등록된 상태에서, 맹학교(특수학교)의 리소스 센터를 통해 추가 지원을 받습니다.• 리소스 센터에서는 점자 교육, 보조기기 사용법, 이동 기술 등을 가르치며, 일반학교 교사와 협력하여 학생의 ..

Be my love

Be my love는 Andrea Bocelli나 여러 성악가들이 웅장하게 부르는 곡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우연하게 한국계 대니구라는 사람이 현악의 감성으로 만든 영상을 보았는데 너무 색다르면서 한 번 들었는데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일요일 밤, 왠지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신다면 오케스트라 반주가 아닌 현악기와 대니구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위로를 받아보시면 좋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qcwbzfDz98대니 구 HOME.mp3

끄적끄적 2024.11.24

언젠가는

어느덧 늦단풍 속에 낙엽이 하나 둘 지는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요즘 고음질 flac 파일로 pc파이 음악에 푹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들을 때면 가수의 보컬의 호소력과 멜로디나 사운드의 특징을 주로 귀기울여 듣는 습관이 있어  대체로 가사는 귀에 담아 두지 않는 편입니다. 모처럼 1990년대 고음질로 녹음된 이상은씨의 '언젠가는'을 듣게 되었습니다. 쓸쓸한 멜로디와 호소력있는 드럼이 참 깊숙히 와닿는 멋진 음악입니다만  갑자기 오늘따라 첫 머리의 가사가 뜨끔하게 가슴을 찌르는 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곡을 부른 가수나 저나 그 시절 비슷한 나이를 살았지만 과연 이런심오한 첫 머리의 가사를 이해하고 부른 것인지... 30년이 지나 다시 듣는 곡의 가사가 이렇게나 미래를 예언하는 의미가..

일상 스케치 2024.11.11

AI와 내로남불

요즘은 AI의 생활속 급격한 보급과 IT 기술 발달이 하루하루 두려울 정도로 놀랍기만 합니다. 올해 SK텔레콤에서 보급한 에이닷 앱의 통화중 녹음 기능을 즐겨 사용하면서 이런 점을 특히 실감하는데요. 아이폰의 통화중 녹음에는  선명한 녹음 기능 이외에도 AI 기술을 활용한 통화요약, 상세요약, 전문 텍스트화 기능도 유용합니다.  특히 상대방과의 수신 통화를 끝내고 나면 곧바로 에이닷이 전체 통화 내용을 분석해 적절한 제목을 액정에 띄워주는데요.  마치 논술 전문가나 방송 기자가 통화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핵심을 짚어주는 것같은 착각을 느끼게 할만큼 놀랍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가 내 통화를 엿듣는 것같다는 찜찜함도 느끼곤 합니다. 특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건 단순히 통화중에 나온 몇몇 단어를 골라..

일상 스케치 20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