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시력 162

만드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정확하게 만드는게 중요한거야

행복하고 여유로운 설 명절 보내셨는지요. 코로나19로 중단되었다가 다시 명절에 만나기 시작한 형제들끼리의 즐거운 수다는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명절 때 우연히 마주친 생활 속 점자에 대해 간단히 적어 보려 합니다. 1) 의정부에 자리한 저희 부모님 아파트가 그동안 낡고 좁은 엘리베이터 대신 최신형의 엘리베이터로 교체를 했더군요. 친절한 음성안내에 내부도 넓어진 엘리베이터는 역시 편리했습니다. 그런데 손끝으로 층별 배치에 만들어진 점자를 대하면서 뭔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 날 다시 각 층마다 있는 상, 하 버튼을 자세히 보니 규격보다 간격이 넓직하고 알도 조금 커보입니다. 2) 몇 년전 부모님 화장실에 사용되던 비데가 고장났다 하여 인터넷 주문으로 새로 비데를 주..

럼주

어느 날 아내가 시키지도 않은 럼주를 사왔다며 한 잔 따라 줍니다. 여러 해전 유럽여행을 갔을 때 한 병 사온 것 말고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예천 럼주가 인터넷에서 민속주로 판매가 되고 있다네요. 술도 못먹는 사람이 어쩐 일이냐 했더니 알고 본즉 요즘 자신이 만들고 있는 빵에 럼주를 넣어야 맛이 난다해서 굳이 이 비싼(?) 술을 샀다고 실토합니다. 사람도 없어서 못먹는 이 귀한 술을 일개 빵에다가 부어 버린다니 진짜로 어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특별히 예술성을 가미해서 빵을 완성했다며 갖고 와 만져보게 합니다. 이리저리 꼬인 게 제법 예술작품 같습니다. 여기에 그 귀한 럼주가 들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고 그러네요~~~ 맛은 뭐 보시는 대로 먹을만 하긴 하..

일상 스케치 2024.02.04

걷기

그나마 걷기가 신통치 않은 시각장애인 교사에게 방학은 몇 안되는 걸음수조차 확보하기 힘든 시기입니다. 러닝머신이나 집앞 산책 등 이런 저런 대안을 찾아보지만 날씨 탓, 업무 탓 등등 핑계만 늘어갑니다. 그러다가 결국 핑계의 핵심은 대안 기기에 집중되더니 어느 사이 집안에 에어 클라이머라는 기기가 생겼습니다. 기존 스테퍼보다 덜 어렵고 걷는 재미도 있어 요즘 한창 이용하고 있는데요. 토스앱의 만보기로 몇 원씩 돈도 챙겨가며 걸음수를 확인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걷기 시작하면서 토스앱 만보기 화면에 나온 다음의 문구가 사람을 참 당황하게 만듭니다. "굴러서 냉장고까지 갈 수 있는 타입"

일상 스케치 2024.02.02

빵냄새

집사람이 늦은 크리스마스와 다가오는 새해를 기념하며 빵을 만든다고 아침 내 온 집안에 냄새를 풍깁니다. 그러더니 몇 시간이 지나 완성됐다며 아이들과 함께 부엌쪽에서 탄성이 가득합니다. 뭔 일 났냐며 가보니 제 손에 따스한 무언가를 만져주네요. 진짜 만져보기에도 제법 큰 게 별이 맞습니다~~ 먹어버리기 아깝다며 사진으로 찍고 제가 갖고 있는 ai 인식앱으로 촬영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이 진짜 정확하게 내용을 설명합니다. 작년에 집사람이 만든 빵은 누런 치킨이라고 하더니 그 사이 많이 똑똑해졌습니다. 장면, 흰 냅킨에 흰 토핑을 얹은 별 모양의 빵 모두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일상 스케치 2023.12.30

화이트크리스마스

12월 24일 아침,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는 아내의 말을 대하며 얼마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인지 새삼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참으로 좋아하겠구나 하고 미소가 번집니다. 지난 이틀간 이곳 대전에 뿌려진 눈을 대하면서도 이젠 얼마나 미끄러울까부터 생각이들고 차는 어떻게 눈청소를 해야 하나 걱정이 먼저 드는 저를 보며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하고 떠올려 봅니다. 아마 1995년이었을 것 같네요. 첫 아이를 낳아 1년간 부모님께 양육을 부탁드린 탓에 여유있는 신혼 부부처럼 지내던 중 12월 24일 낮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성탄 때 시내 나간다는 건 뉴스에서 보는 것처럼 압사를 각오하고 하는 배짱 두둑한 사람들의 전유물인줄만 알고 지냈는데 그래도 그 해 우리 부부는 그게 도대체 어떤 기분인지 한 번은..

일상 스케치 2023.12.25

시각장애인의에이닷 통화녹음 간단 사용기

이번에 sk텔레콤에서 업그레이드된 에이닷이라는 어플에서 통화 녹음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이 앱 출시 때부터 접근성 차원에서 다운받아 두고 테스트는 해보았지만 영 엉망이어서 방치하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전화 메뉴가 생기면서 통화녹음, 통화요약, 파일 공유 등 여타 다른 앱들에서 유료로 제공하는 기능을 고루 갖추게 되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녹음 인터페이스와 음질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곳 페이스북에서도 열심히 유상으로 광고하는 아이폰용 통화녹음앱들과 견주어 볼 때 제가 내린 결론은 그 사람들 이제 망하게 생겼다, 그리고 통화녹음 때문에 갤럭시를 쓰는 분들도 아이폰으로 갈아타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일단 비장애인이 사용하기에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쉽게 메인 메뉴에서 전화를 터치 후 연락..

정보마당 2023.10.25

대전맹학교 개교 70주년 기념 예술제 공연 참석 안내

모시는글 조석으로 쌀쌀한 날씨에 가을이 완연해졌음을 느낍니다. 어느덧 대전맹학교가 개교 70주년을 맞이하여 빛이 있는 밤 예술제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우리 학생들이 교육활동으로 익힌 다양한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자랑스러운 모습을 우리 내빈분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쁘시더라도 참석해 주시어 열정과 노력으로 준비하고 애쓴 모습을 큰 박수와 칭찬으로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그동안 힘을 보태주신 학생 동문 선생님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 일시: 2023년 11월2일 (목) 18시30분 2. 장소: 대전시 동구 가오동 동구청 12층 대강당 3. 공연: 빛이 있는 밤 예술제 당일 행사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기념품과 책마루3을 비롯한 행운권 추첨도 ..

시각장애인과 소화제

지난 명절 집 앞 편의점에서 구입한 소화제 케이스에 새겨진 점자 문구입니다. 정확하게 소화제인지 알 수 있도록 약 이름이 들어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시각장애인의 오용을 막기 위한 법률 제정에 따른 효과를 확인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다만 6점의 점자셀과 셀간 거리가 너무 멀어 처음엔 위 아래를 찾지 못해 고생했습니다. 첨언하자면 이왕 점자를 만들게 되었다면 만드는 데서 끝나지 말고 정확하게 만드는 데에도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끄적끄적 2023.10.03

선물받은하루

고등학교 시절 학교 기숙사 옆 방에 기타를 잘 치는 형이 있었습니다. 문 밖으로 들리는 그 때 그 소리가 왜 그렇게 좋았던지. 아무 준비도 없이 형의 방으로 불쑥 들어가 무작정 하나씩만이라도 가르쳐 달라고 졸라 c코드부터 해서 통기타를 소위 가라로 배웠습니다. 80년대 말 대학에 들어가고 노래방도 없던 시절. 수업이 끝난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잔디밭과 벤치에서 막걸리 마시고 노래부르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당시 술을 먹지 못하던 제가 비장애인들 사이에 끼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가라로 배운 기타 실력을 이용해 분위기를 맞춰 주는 것이었는데요. 그래도 그 때 배운 엉터리 재주가 바탕이 되어 지금의 집사람에게도 인심을 얻고 한동안 대학 시절의 작은 재미로 많은 추억을 남긴 것 같습니다. 졸..

단상 2023.09.28

베고니아

아침부터 집사람이 베란다에 핀 베고니아가 너무 너무 이쁘다고 난리입니다. 꽃이 안 이쁜게 어디 있겠냐 속으로 생각합니다만 옆에서 자꾸 업이 되어 이야기하는데 시각장애인으로 호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밋밋한 제 반응에 이젠 아예 화분을 통째로 들고 와 꽃을 만져보여주기까지 합니다. 거참. 이참에 시각장애인이 만져서 그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IT 발전은 저혼자서 아이들 인물 사진도 찍어주고 바닥에 돌아다니는 조그만 종이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도 알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얼마전 학회에서 만난 설리번 플러스 앱 대표분과의 대화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하면 조만간 시각장애인들이 지금보다 더 편리하게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해..

일상 스케치 2023.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