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프란치스코, 당신이필요한 시대

tosoony 2025. 4. 22. 23:14

2014년 여름.
어느 해보다 국가적으로 우울한 사건이 많았던 탓에 늦장마와 더위가 무척이나 힘든 때였습니다.
대전 유성의 시각장애 교육재활학회 학술대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장애인 선교회에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강의 중이라 받지 않을까 하다가 선교회라는 이름에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죽여 받았던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장애인 선교회 신부님으로 계시다가 대전 교구청으로 자리를 옮긴 나봉균 신부님께서 직접 전화를 하신 내용인 즉, 몇 주 뒤로 다가온 교황님의 성모승천 미사에서 저에게 전세계 장애인을 대표해 신자들의 기도 낭독을 부탁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너무도 갑작스런 제의가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이토록 나태하고 부족한 저같은 신자가 그런 영광된 일을 맡는다는게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몇 주 동안의 설레는 기도와 낭독 연습을 거쳐 마침내 8월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 무대에서 수억명의 전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시청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님 곁에서 두 번째로 신자들의 기도를 점자로 낭독하는 과분한 영광을 안게 되었습니다.
그 날 곁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교황님의 따스하고 푸근한 이웃 어르신같은 목소리는 세월호로 좌초된 우리 국민의 상처를 보둠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으른 저 자신에게도 큰 용기와 겸손을 되새기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2017년 겨울, 독일 교환학생으로 가있던 딸아이의 안내 덕에 로마 베드로 성당 투어를 하면서 성당 앞마당에서 수천명의 신자들이 매일같이 발코니 위에 아스라히 보이는 교황님의 모습과 목소리르 듣는 걸 평생의 기쁨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저 자신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새삼 깨닫기도 했습니다.

어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는 교황청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평생을 작고 힘든 이들을 위해 진심으로 함께 하신 분을 잃게 되었다는 소식에 전세계가 슬퍼합니다. 
저역시 그 분과의 조그만 인연을 제 삶의 거름삼아 제대로 싹을 티우지 못한 부끄러움에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그리고 세월호보다 더 힘든 풍랑에 흔들리고, 부모의 손길이 더 필요한 지금의 이 나라에, 그리하여 누구보다 당신의 손길이 필요한 이 순간. 
당신의 부재가 너무 시리도록 아파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j-Wl6gyADQ

사진 설명: 이 사진은 8.15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가 진행되는 대규모 행사 장면입니다.
중심에는 하얀 천막으로 덮인 대형 무대가 있습니다. 무대 위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흰색 제복 또는 의복을 입고 서서 미사 의식을 준비하거나 참여하고 있습니다.
무대 뒤편에는 경기장의 모든 좌석이 흰 옷을 입은 신자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는 참석자들이 통일된 복장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오른쪽 하단의 파란색 대형 스크린에는 문성준이라는 정장을 입은 남성이 화면에 크게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는 아마도 미사 중 중요한 역할(예: 강론, 기도)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전체에서 경건하고 질서 있는 분위기가 느껴지며, 이는 신앙 공동체가 성모승천 대축일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특별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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