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전맹학교 WEB BBS가 개통한 이후 12년간 여러 가지 새로운 실험과 창의적인 서비스가 많이 시도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초기에 대전맹학교 WEB BBS에서는 학생들의 관심과 정보화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학습 정보제공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참신한 게임을 고안하여 추가했었습니다.
주사위 게임, 흰지팡이 블랙홀 탈출 게임, 비밀의 빈칸 퀴즈 풀기 게임 등은 학생들의 인기 메뉴였고 미리 정해진 특정한 대본에 자기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면 모든 이야기가 내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도록 만든 텍스트 게임도 한동안 인기를 누렸습니다.
특히 대전맹학교 WEB BBS에서 처음 선을 보인 문자 보내기 시스템과 연동하여 특정 점수에 도달할 때마다 무료로 문자를 충전시켜 줌으로써 큰 호응을 얻기도 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이후 이얍 사이트와 아이프리 등에도 이전되어 오랫동안 서비스되기도 했습니다.
대전맹학교 WEB BBS에서 선을 보인 놀라운 기능 중 하나로 댓글과 답변 단축키 지정을 들 수 있겠습니다.
웹에서는 이미 댓글이 대세가 되었지만 정형화된 텍스트 기반의 BBS에서 남의 글에 댓글을 단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XHOST 개발자이신 김*대 소장님께서 과거 천리안, 하이텔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db 작업을 통해 구현해 냈던 기억은 정말 놀랍기만 했습니다.
당시 제가 댓글 단축키를 무엇으로 정할까 고민하다가 사람의 손가락 중에 제일 길고 잘 쓰는 게 중지라는 생각에 c와 cc로 하자고 정한 것이 이젠 댓글하면 떠오르는 당연한 단축키가 되었습니다.
그밖에도 특정 게시물 답변 re 등도 유용하게 활용된 단축키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XHOST의 BBS를 추억할 때면 잊을 수 없는 것은 안마 위헌 사태 당시의 온라인 서명이 아닐까 합니다.
2006년 날벼락처럼 닥친 안마 위헌 사태와 관련하여 전국 각지에서 부당함을 알리는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던 중에 시각장애 당사자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손쉬운 기능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당시에 대전맹과 넓은마을 모두에서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XHOST 소장님께서 아이디어를 내 사이버 게시판 형태로 서명을 받도록 하면 어떨까하는 의견을 먼저 내주셨습니다.
이에 간단히 게시물 작성 방식과 비슷한 루틴으로 온라인 서명 게시판을 만들어 대전맹 WEB BBS와 넓은마을에 함께 공유되도록 하여 짧은 시간 많은 분들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뜨거운 여름날의 고생 끝에 안마사 위헌 사태가 빠르게 법률로 승격되며 해결되는 덕에 자료를 관계기관에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그 때의 감동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밖에도 텍스트 BBS상에서 pop3과 연계한 외부 e-mail의 송수신 기능 구현과 깔끔하게 여러 개의 텍스트 게시물들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정형화한 것 모두 새로운 기술이었습니다.
외부 e-mail의 수신 기능 초기에 포트 노출로 엄청난 광고 메일 수신으로 서버가 다운된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재미난 기억입니다.
그밖에 독특한 서비스 중 하나로 외부 분야별 뉴스 클리핑 서비스가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시각장애인이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기 어렵다는 요구에 따라 대전맹 WEB BBS와 이후 개발한 이얍 사이트에 외부 신문사에서 정기적으로 분야별 기사를 긁어와 텍스트 포맷에 맞게 등록시켜주는 서비스였는데, 한동안 학생들의 시사 교육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대전맹학교 WEB BBS는 여러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누리샘 도서관' 서비스였습니다.
2008년 대전맹학교에서는 학교 내 물리적인 도서관인 '누리샘' 이외에 대전맹학교 홈페이지인 WEB BBS내에 인터넷 소리도서관인 '누리샘'과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누리샘 스튜디오'라는 별도의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mp3 형태로 변환된 녹음 도서나 학생들의 활동 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사이버 도서관에 접속하여 스트리밍 방식으로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국 맹학교 최초로 구축 완료하였습니다.
그와 함께2011년에는 맹학교 최초로 기존의 온라인 누리샘 도서관 홈페이지를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스마트기기에서도 독서가 가능한 모바일 홈페이지로 변환 완료하는 등 항상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telnet이 항상 이렇게 편리한 기능만을 담당해 온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telnet 자체가 기술적으로 수 십년전의 노후화된 기술이었기에 보안에 극히 취약하기 그지없었다는 건 제일 큰 한계라고 하겠습니다.
대전맹학교 WEB BBS 개통 초기에도 이러한 위험성을 고려해 교장선생님을 설득해 나름 방화벽도 구매하고 서버 장비 관리도 신경썼지만 telnet용 특정 포트의 보안 취약성 등으로 12년 동안 3차례나 해킹을 당했고, 그 때마다 학내망 전체가 여러 날 다운되거나 동유럽의 여러 나라로부터 우회 해킹을 위해 침입한 초보 해커들의 임시 거처로 사용되는 걸 모른 체 여러 달을 보낸 때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백업 시스템이 엉성하다보니 장비 노후화로 하드 디스크 손상으로 인해 유용한 자료를 잃기도 했고, 전담 직원이 없는 학교의 특성상 제대로 게시판 모니터링을 못해 잡음이 일기도 했습니다.
또한 2000년대말 장차법이 발효되면서 모든 공공기관의 홈페이지에 웹접근성 준수가 이슈가 되고 단위 학교의 홈페이지 유지관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청이 나서서 모든 학교에 동일한 포맷의 학교 홈페이지를 일괄 제작 대행해주게 되었는데, 대전맹학교가 자체 운영중인 시스템의 관리 문제와 해킹 위험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여러 차례 교육청 담당자와 실랑이를 벌여야 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2010년도부터는 교육청에서 만들어 준 공식 홈페이지 내에 멤버십 형태로 대전맹학교 WEB BBS를 운영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여전히 갈수록 노후화되는 장비와 전담 직원의 부재에 따른 관리 문제는 단위 학교에서 해결할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키게 만들었고, 2012년 잦은 정전과 고장이 겹치는 과정에서 마침내 하드디스크와 관련 장비 파손이 돌이킬 수 없게 되어 12년간의 대전맹학교 WEB BBS는 역사 속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XHOST가 개발한 대전맹학교 WEB BBS는 2000년대 불모지와도 같았던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의 사이버 정보화 확산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으며, 2008년 장차법 제정과 웹접근성 지침 마련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데에도 작지만 기여했다고 자평합니다.
저는 지난 2010년에 스마트폰 보급과 사이버 정보 환경의 변화를 느끼며 이곳에 페이스북 강의를 올리기도 하고 다음 블로그 강의를 소개하며 다가올 시대 변화에 맞는 시각장애 정보 환경 변화에 대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시각의 장애와 정보화교육 접근 제한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에게 telnet는 역시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매체가 분명했기에 telnet 넓은마을 사용이 매번 연장되는 걸 대하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용자들은 모르지만 고대의 유물과도 같은 이 시스템을 존속시키기 위해 그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을지 생각해 보며 관계자들께 감사함을 표합니다.
7월 1일부터 우리나라에 telnet는 마침내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친근한 친구같은 매체가 사라지는 데 아쉬움이 있으시겠지만 돌아보면 MS-DOS, lynx, 싸이월드, 야후, 네이트온 등의 서비스도 처음엔 너무도 당연한 우리 곁의 매체들였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새로운 후임자에게그 역할을 넘겨줬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다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20여년 동안 수익성이나 사업성과 무관하게 드러나지 않고 묵묵히 시각장애인들의 누높이에서 telnet과 WEB BBS 등의 서비스 개발을 위해 솔선수범해주신 XHOST 김*대 소장님의 노고에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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