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영화이야기

'택시운전사'- 37년의 의미

tosoony 2017. 8. 30. 00:08

1987년 호헌 첦폐, 6월 항쟁이 우리나라를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시절.
당시 저의 친할머니께서는 밥상에 앉을 때마다 거리에서 데모하는 대학생들을 보며 37년전 6.25의 참상을 겪어보지 못한 철없는 것들의 만용이라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20살이었던 저에게 37년전의 6.25는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잔소리를 위해 동원하는 아스라히 먼 조선시대나 일제시대의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졌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위를 둘러봐도 6.25때의 무너진 건물이나 총알 자국, 굶어죽어가는 도시의 사람들을 직접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37년이라는 세월은 마치 존재하지 않은 소설처럼 와 닿았습니다.

며칠 전 천만 관객 돌파라는 롱런을 친 '택시 운전사'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마침 지금으로부터 37년전 광주라는 남녘의 도시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참상에 대한 현실적인 영화 한 편을 대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37년전 중1이었던 제게 1980년이란 어떠했을까?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학교에서의 여러 소소한 일들, 집에서 TV를 틀 때마다 나온 이상한 공포성의 방송들, 길거리에 달아놓은 '선진조국'`~~ 운운하는 현수막들.
  광주에 친정을 두고 있다는 앞집 아줌마가 친정 아버지가 서울은 이상없냐고 알 수 없는 전화를 걸어왔다며 어머니와 수심에 차서 나눈 대화 등등...
이처럼 제가 만들어낸 37년이란 지나간 세월은 최소한 저에게 있어 어제와도 같은 바로 오늘의 동시대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께서 그 당시 여러 번 강조하시던 6.25란 어쩌면 지금 내가 느끼는 것처럼 생생한 동시대의 공포에 어린 현실이었으리라는 반추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반복되는 역사의 수레바퀴,
항상 겸손해야겠다는 작은 진리를 떠올려 보게 되는 하루입니다.

토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