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495

4세대 나이스와 웹접근성

무려 2800억 원이 넘는 개발비가 들어간 4세대 지능형 나이스가 몇 시간 후면 정식 개통한다. 나이스는 전국 유·초·중·고는 물론 대입 업무에도 활용되는 초대형 시스템으로 학생의 성적을 포함해서 생활기록부를 생성, 편집, 저장, 전송, 발급하는 전국 단위 통합 시스템이다. 학생에 관련된 모든 학교생활기록뿐 아니라 교원능력개발평가와 교직원의 복무 기록도 모두 이 나이스에 저장된다. 580만 학생과 50만 명이 넘는 교직원에 관한 주요 정보가 들어가는 서비스이니 전 국민의 10% 이상의 인구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정보가 이 시스템을 통해 관리된다는 말이 전혀 과언이 아니다. 모든 소프트웨어가 다 그렇지만 이 정도 규모의 정부 개발 소프트웨어는 당연히 한국형웹콘텐츠접근성지침을 준수하여야 한다. 장교조는 202..

이상 자연현상

엊그제까지 깔끔하기만 하던 거실 바닥이 금요일 저녁 퇴근하며 들어서는데 온통 어석거리는 먼지 느낌이 가득합니다. 식탁 대리석 위며 장식장 위를 손으로 쓸어보아도 온통 노란 가루가 묻어난다고 합니다. 이게 뭐지? 원인은 송화가루였습니다. 보통 송화가루는 4월말이나 5월 초순 동네 하늘을 뒤덮곤 하던 것이 상례였는데 4월 중순을 막 넘긴 때에 이렇게나 송화가루가 온 대지를 뒤덮는 경우가 있었던가 생각해 보니 낯설기만 합니다. 올해는 특히 3월 중 잠시 지나간 이상 더위로 온갖 봄꽃들이 동시에 피어나는 통에 아쉬운 봄날의 짧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몸이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소소한 일이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이런 이상한 자연연상은 앞으로 더욱 더 자주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니 마음이 답답합니다. 지난..

일상 스케치 2023.04.28

고급진 상업 이벤트 '토스'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에 토스를 안내하다보니 요즘엔 하루에도 여러 차례 토스를 열어 몇십원을 받으라는 토스 푸시가 옵니다. 그러던 중 조금 전 토스 이벤트가 있으니 열어보라는 말에 터치하고 들어가 봅니다. 갑자기 장애인의 날 기념으로 성준님께 점자카드를 입력해 보자는 안내 문구가 나옵니다. 뜬금없는 알림에 저도 모르게 순서에 따라 해봅니다. 원하는 글자를 고르라고 하더니 6점을 순서대로 입력하면서 저에게 해당 점자를 가르쳐 줍니다. 저는 별을 선택합니다. 이윽고 완성된 별 자와 함께 장애인과 연관된 응원과 격려의 문구가 나타납니다. 그동안 IT 와 관련해 여러 해동안 많은 업체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해 보았지만 이렇게나 고급지게 상업성 이벤트를 하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특히 단순히 계기교육 차원의 안내..

정보마당 2023.04.28

귀해야 아름답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구경한 꽃이라곤 우리집 마당에 피어난 하얀 목련과 동네 회색담장을 따라 핀 개나리가 전부였습니다. 그 후 대구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우리 주위에는 뜻밖에 참 많은 꽃들이 시기별로 피어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른 봄부터 매화에 산수유, 목련을 필두로 개나리와 벚꽃 등이 피어나고 4월 조팝나무꽃에 이어 라일락 향기가 교정을 가득 메우고 난 5월이 되면 두류산을 아카시아가 가득 메운다는 것을 처음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올해 3월 중반에 갑자기 밀어닥친 고온으로 아파트 산책로에는 개나리와 목련, 진달래에 이어 벚꽃이 모두 함께 뒤섞여 피어나는 진풍경이 가득합니다. 다행히 지난 주말 좋은 날씨 덕에 아이들과 함께 이틀 내내 보문산 오월드 벚꽃길과 대청호 오백리길에 핀 벚꽃 터널을 ..

일상 스케치 2023.04.03

토스 걷기대회

제작년 딸아이가 생일선물이라며 사다 준 애플워치를 아침마다 손목에 차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눈으로 보기엔 좋은지 몰라도 가격에 비하면 시계 이외에 날씨, 문자와 밴드, 카톡 확인에 걸음수 확인 정도가 스임새의 전부라고 본다면 저에겐 비싸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때아니게 이 애플워치를 수시로 들여다 보며 제 걸음수를 체크하곤 하는데요. 바로 스마트폰 금융 어플인 '토스' 때문입니다. 평소 제 오래된 습관 중 하나는 앱스토어에 필요한 앱이 등록되면 일단 설치하고 접근성부터 시작해 시각장애인이 얼마나 사용 가능한지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그 덕에 제폰에는 100여개의 이런 저런 앱들이 폴더별로 정리되어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 시각장애인에게 단연 최고의 앱이라면 저는 '토스'..

정보마당 2023.03.26

캡슐커피

지난 해 봄 동료 선생님이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이 너무 좋다며 하도 자랑을 하기에 가족들 앞에서 나도 한번 사볼까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얼마 후 직장에 다니는 딸아이가 아빠 생일선물이라며 어누 날 덜렁 기기를 가지고 들어 옵니다. 그 전까지 캡슐머신이란 인스턴트 커피맛에 더해 상대적으로 비싼 캡슐 가격으로 비경제적이라는 오래된 관념이 제게도 있어 왔는데요. 당일 시음용으로 가져온 몇 가지 캡슐 커피를 마셔 본 순간 단박에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향에 따라 진한 맛에서부터 농도 조절을 할 수도 있고 드립에서만 볼 수 있었던 크래마를 캡슐 커피에서 구현했다는 게 정말 놀라울 뿐이더군요. 지난 20여년간 휴대용 압착식 원두 커피에서부터 여러 종류의 메이커를 써 보았지만 이런 풍부한 맛을 드립이 아..

일상 스케치 2023.02.09

낮말은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2편

2013년 1월에 구입한 정확하게 만 10년이 된 우리집 SUV 자동차가 이제 힘을 다해 가는지 요즘 들어 몇 달이 멀다하고 잔고장으로 수리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내의 직장이 인근의 다른 도시에 위치해 있고 매일 고속도를 운행하다 보니 10년간 32만 키로를 넘도록 이렇게 든든하게 출퇴근길을 버텨준 녀석이 고맙기도 합니다. 지난 주 설 당일, 복잡한 설을 지나 다음날 서울에 사는 어머니와 형제들끼리 여유있게 식사 자리를 갖자는 말에 정체 시간을 피해 해가 진 저녁 역귀성을 위해서 고속도로에 들어설 때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조수석의 역할은 운전자가 졸리거나 피곤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주업무입니다. 마침 이틀 전 맘먹고 차를 바꿔야겠다는 마음에 영업사원을 불러 요즘 뜨고 있는 전기차를 구입하기로 계약을 마..

일상 스케치 2023.01.29

우영우와부끄러움

]올해도 민족의 명절이 다가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푸근한 기억속 고향으로 가시리라 생각됩니다. 오늘도 뉴스 단신에서는 서울의 모 지하철역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장애인 단체 기사가 나옵니다. 저는 이 분들을 몇 차례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2007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장차법 서명식 참여인단으로 관람석에서 지켜보던 중에 갑자기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 한 분이 앞으로 달려나오는 것을 목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9시 뉴스에서는 대통령 행사 중에 무례하게 앞으로 뛰쳐나온 장애인의 해프닝만을 다룰 뿐 그 분들의 주장이 무엇인지는 소개해 주지 않았습니다. 몇 년 후 동서울 터미널에서 지방으로 가는 버스를 타던 중 고향을 가고 싶다며 시위하는 휠체어 장애인들을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같은 장애..

끄적끄적 2023.01.21

코로나

지난 주말 우리집에서 코로나에 제일 먼저 걸리고 연이어 나머지 가족들을 전염시켜 본의 아니게 한 주를 꼬박 집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증상이 모두 심하지들 않아 차라리 같이 걸린 게 다행이라며 답답하지만 간만의 휴가라 생각하고 보냈네요. 덕분에 집사람이 만든 빵도 얻어 먹어 보고 미루어 둔 네플릭스 드라마도 완주하는 호강을 합니다. 아래는 꽃모양 틀로 만든 빵입니다. 맛도 괜찮네요~~

일상 스케치 2022.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