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동백이란 남도의 섬이나 따스한 곳에서만 구경하는 꽃인줄 알았습니다.
몇 년전 집사람이 동백 화분을 사왔다고하기에 집에서도 동백꽃을 구경할 수 있다는 건지 낯설기만 하더군요.
역시나 나름 베란다 화분 키우기의 달인이 된 집사람에게도 동백을 구경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4년이 되도록 아무리 자식보다 더 살갑게 다루어도 동백은 우리에게 냉정할 정도로 잎만 보여줄 뿐 답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집안 청소를 하다가 고개를 돌린 아내가 베란다로 달려갑니다.
전혀 보지 못하던 빨간 꽃들이 창밖을 메우고 있다나요.
마침내 그 고고한 동백이란 녀석들이 꽃망울을 터트렸더군요.
아무리 애지중지 챙겨도 답을 않던 녀석들이 오히려 혹독하게 꽃샘바람과 늦추위에 내버려두니 스스로 못견디고 꽃을 보여줍니다.
동백의 은은한 향을 느끼며 한편으로 이 녀석들이 우리 사람보다 낫구나 하는 절절한 생각이 떠오르는 건 제 생각일 뿐일까요.
매년 신학년도를 앞두고 요맘 때면 새로운 학기의 시작에 앞서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 마음을 집사람은 꽃집에 다녀오는 걸로 해결하곤 하는데
올해는 베란다 앞에서 큰 위안과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