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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

비가 그치고 아파트 산책로를 따라 돌다가 작은 햇살 사이로 피어난 모란꽃을 집사람이 찍습니다. 너무 너무 예쁘다는데 실명하기 전 도회지에서만 자라다보니 이런 좋은 꽃을 미처 보지 못한게 아쉽기만 합니다. 문득 집사람이 목단이라고도 부른다는 말에 어디서 들었지 생각해보다 어릴적 할머니와 담요를  펼쳐놓고 치던 민화토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의 유치한 색감의 화투판에서 보던 목단이 이 모란을 의미한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그 그림보다 훨씬 예쁘고 아름답다고 합니다. 기상이변에 살기 어려운 요즘이지만 어쩌면 우리 인간들보다 이 자연만큼 한결같이 제 몫을 다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녀석들도 없습니다.

일상 스케치 2024.05.06

헬렌켈러의드레스

올해도 어김없이 장애인의 날이 저물어 갑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은 일년 중 딱 하루만 기억되는 이런 세상에 힘들어 하곤 합니다. 요즘같은 날이면 신문 기사나 유명 정치인들의 덕담 속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인물 중 하나가 헬렌켈러입니다. 어릴 적 위인전에서 익숙해진 그녀와 그녀를 교육한 설리번의 일화와 삽화는 지금도 유년시절의 기억속에서 생생하기만 합니다. 특히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가운데서도 세상 사람들에게 향한 그녀의 멋진 조언은 언제나 감동 그 자체로 우리에게 울림을 주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과연 헬렌켈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헬렌켈러가 재활을 위해 흘린 땀방울과 보고 듣지 못하면서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던 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단상 2024.04.20

내가 준비하는 '소풍'을 설렘으로 만들고 싶다면

직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생각과 다르게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는데요. 별 것 아닌 일임에도 누구의 무게가 더 무겁고 누구의 일이 더 큰지를 가르는 소모적 논쟁으로 온통 하루가 저뭅니다. 그러다 허탈한 마음으로 문을 나설 때면 답도 모른 채 오늘 내가 무엇을 한 것일까, 이게 대체 내게 어떤 값어치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얼마 전부터 '소풍'이라는 영화에 대한 리뷰와 몇몇 인터뷰를 접하며 왜 사람들이 저리도 일개 영화를 입에 오르내리는지 궁금해 했었습니다. 특히 나문희 배우의 애정어린 영화평을 대하며 소위 메이저 또는 화려한 cg와 헐리우드 영화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소자본, 그것도 노년기에 접어든 세명의 이들이 주연인 영화의 힘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황금같은 선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