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97

정년퇴임

요며칠 지난 20여년 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대학 졸업과 함께 교사로서 첫 발을 딛은 선배 선생님들의 명퇴, 정년퇴임 소식을 듣곤 합니다. 열정을 다해 평생을 바친다는 게 요즘 세상에는 굉장히 꼰대같은 말로 들린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평생을 다한 그 분의 에너지와 열정이 이 순간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겠죠. 며칠 전 퇴임을 앞 둔 한 분과 통화를 했습니다. 한동안 많이 서운하시겠다는 제 말에, 이 날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퇴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는 그 분의 말이 새삼 와닿습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한 이 밤입니다.

끄적끄적 2022.06.23

방어기제

방어기제 중 하나인 "부정"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해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아의 방어 본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의 방어기제 중 낮은 수준의 방어기제로 알려져 있는 "부정"은 TV 드라마에서 암선고를 받은 사람이 그것을 밎지 않고 흥분하는 장면에서 많이 찾아보게 됩니다. 모든 이들이 나와 생각이 같기만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한 것이 민주주의겠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가끔은 이해하기 정말 쉽지 않구나 하는 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평소에 내가 갖고 있는 종교적 확신과 독실한 신념을 강조해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내가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을 믿기 위해서 미신이니 무당이니 하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배치되는 온전한 사실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투표장에서 그를 선택했다는 이를 보게 될..

끄적끄적 2022.03.08

한상호의나의음악실

어릴적 음악감상의 주 루트는 단연 라디오였습니다. 특히 fm 라디오를 듣다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준비된 녹음기 녹음버튼을 재빠르게 눌러 나름 컴플레이션 음악 테이프를 만드는 건 중요한 취미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음질이나 녹음 끝날 때 잘리는 소리 등 참으로 볼품이 없고 조악했지만 그래도 테잎이 늘어질 때까지 듣던 당시의 카세트 테이프는 한동안 큰 자산이었씁니다. 그런데 대부분 80년대 빌보드 팝음악이 대다수였던 그 때 제 테이프의 음악들 가운데 유독 작지만 클래식 음악이 한곡 있었습니다. 11시 한상호의 나의 음악실이라는 프로의 시그널 뮤직이었는데 클래식을 전혀 몰랐던 당시에도 그 음악을 들을 때면 마음이 편해지고 그렇게나 귀에 감기듯 들릴 수가 없었습니다. 제목도 모른 체 1분도 안되..

끄적끄적 2021.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