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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고니아

아침부터 집사람이 베란다에 핀 베고니아가 너무 너무 이쁘다고 난리입니다. 꽃이 안 이쁜게 어디 있겠냐 속으로 생각합니다만 옆에서 자꾸 업이 되어 이야기하는데 시각장애인으로 호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밋밋한 제 반응에 이젠 아예 화분을 통째로 들고 와 꽃을 만져보여주기까지 합니다. 거참. 이참에 시각장애인이 만져서 그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IT 발전은 저혼자서 아이들 인물 사진도 찍어주고 바닥에 돌아다니는 조그만 종이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도 알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얼마전 학회에서 만난 설리번 플러스 앱 대표분과의 대화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하면 조만간 시각장애인들이 지금보다 더 편리하게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해..

일상 스케치 2023.08.26

장마와 건조기

지리하게 이 나라 곳곳에 상흔을 남긴 장마는 끝났다고 하는데 여전히 높은 습도와 곳곳에서 뿌려지는 집중호우성 소나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샤워를 해도 곧바로 땀이 솟아나는 요즘이지만 옷장 속에서 꺼내든 뽀송한 속옷의 느낌을 느끼며 건조기의 고마움을 생각합니다. 중학교 시절. 연일 궂은 날씨와 부모님의 깜박하는 실수로 전날 빨아넌 교복이 마르지 않았다며 등교하는 아침 내내 온 식구가 다리미에 드라이를 들고서 온 집안을 뛰어다니고 교문 앞 줄 서 있는 규율부 선생님과 선배들이 무섭다며 미처마루지 않은 젖은 교복을 울면서 껴입고 나섰던 등교길. 이 시간 건조기에서 꺼낸 뽀송한 수건을 객히며 딸아이에게 아빠의 우스운 옛 기억을 꺼내 줍니다. 그런 세상에 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는 아이의 말. 그런..

끄적끄적 2023.07.30

방학첫 날

무사히 한 학기를 마치고 맞은 방학 첫 날. 매일같이 퍼붇던 비 사이로 모처럼 아침에 내민 햇살을 보니 덥더라도 무서운 비보다는 낫겠다라는 생각에 반갑기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2020년 이즈음 한 달 내 매일처럼 비가 왔던 때도 있었다라는 생각이 미칩니다. 언제나처럼 연약하기만 한 우리 인간들. 아무쪼록 모두들 비 피해 없으시길 기원합니다.

끄적끄적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