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존심

tosoony 2005. 5. 2. 00:21

                                    자존심

 

                                                        문성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가치관 혼돈의 시대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지난 달

신문과 방송을 장식한 두 가지의 화두는 이 나라에 살고 있는 필자의 가슴을 한동안

우울하게 했다.

  그 중 하나는 어느 홈쇼핑 TV에서 방영된 해외 이민 상품에 주문이 쇄도했다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해외 원정출산이 너나 할 것 없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물론 사회가 개방화되고 국제화됨에 따라 양질의 해외 이민이 늘어나는 것은 국력

증대의 상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요, 해외 관광이나 활동이 늘어나다 보면

해외에서 출산을 하는 사례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이 객관적인 필요나 합리적인 상황에서 시작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묻지마식의 자존심마저 버린 채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리라.

  사람이 성장하여 자신이 속한 가정과 사회에서의 지위와 역할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자존심'이라는 것을 형성하게 된다.

  자존심이란 사전적 의미로 남에게 굽힘이 없이 제 몸이나 품위를 스스로 높이

가지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자존심이 지나칠 경우 문제가 되겠지만

적절한 자존심은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과 삶의 강한 의미를 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과 내 가족의 이해관계만이 잣대가 될 뿐 나 자신과

국가의 자존심은 도외시하는 태도는 비단 정안인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행태는 아닐

것이다.

  소외되고 차별적인 장애인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목청을 높여 평등과 보통의 삶을

요구하는 우리들이지만 또 한편 불리하고 어려운 상황에 서면 나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점을 이유삼아 특별한 혜택과 차별을 강요했던 적은 없었는지 반성해

보고 싶다.

  물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사회속에서 국가로부터 정해진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은 당연하며, 이의 증대를 요구하는 것 또한 정당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 차량이니 과속 위반을 눈감아 달라거나 장애인 본인의 명의를 빌려

(또는 양도)하여 무관한 사람이 이득을 보도록 반조하는 등의 일들은 장애인이

그나마 어렵게 쟁취한 스스로의 기본적인 자존심을 버리는 일과 같다.

  장애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존심에는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도 있다.

  최근 들어 복지사회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면서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많은 장애 관련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

  정통부에서는 장애인들에게 고가의 컴퓨터와 정보화기기를 무상 지원하고 있으며,

교육부에서는 맹학교 학생들에게 500만원에 달하는 점자정보단말기를 무상으로

대여해 주고 있다. 그밖에 일선 복지관에서도 과거와 달리 다양한 장애인 관련

사업들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양적으로 증대되는 이러한 복지사업이 과연 질적으로도 향상되었는지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우리 장애인들에게 있다. 단순히 당장 내 손에 혜택이

주어지기만 하면 그것이 탁상공론이든 불합리한 행정이든 상관없다는 식의 자존심을

내팽개치는 행동은 결국 먼 훗날 나의 손과 발을 옥죄어오는 올가미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겠다.

  나의 자존심은 나 스스로 가꾸고 키워갈 때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오늘 이 시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명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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