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각장애인의 대학 진학을 생각하며
문성준 대전맹학교 교사
* 2001년 11월 한맹뉴스
올해에도 어김없이 입시의 계절이 다가왔다. 때마침 추워진 날씨에 더하여 입시를
치르는 학생이나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은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전국적으로 60여명에 달하는 시각장애 학생들 또한 대학의 문을 두드리기 위하여
수능시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 특례 입학 제도의 보편화, 수능
시험에서의 음성평가도구 활용 및 하상복지회 등 일선 복지기관들의 수능 관련
시각장애인용 학습 기자재 보급 서비스 등으로 인해 올해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한 환경하에서 학업에 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의 수험생들에게는 아직도 넘어야만 하는 많은 짐들이
산적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는 수능시험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학생들이
가진 개개의 능력에 따라 적절한 대학을 선택하여 지식 정보화 사회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학생들에게 있어 대학의 고등교육은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극복해야 할
장애일 뿐이다. 이와 같은 현실은 무엇 때문이며, 이를 해결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우선, 열악한 학습 환경의 개선이 시급하다. 다양한 재활공학 기기와 pc통신 및
인터넷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전맹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학습 교재와 자료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며, 저시력
학생을 배려한 교실 현장의 서비스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다행히 금년 초부터
일부의 시각장애 복지기관과 공동모금회 등을 중심으로 진학 학생을 위한 학습자료
제작과 무상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고, 일부 맹학교를 중심으로 확대 교과서가 지급
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보다 바람직한 것은 이와 같은 진학 서비스가 체계적이고 제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장애인 특례 입학 제도에 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올해로 근 10 년이
가까와오는 장애인 특례 입학 제도는 출발 당시 일부의 우려와 반대에 직면한 적이
있었다.
즉, 맹목적인 교육기회의 확대는 고학력 장애인 실업자를 양산할 뿐이며,
비시각장애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합격 기준으로 인해 학습능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양산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오늘날 사회적으로 대학
수학이 이미 보편화되었고, 비장애인의 대학 실업자도 많은 상황에서 장애인의 대학
수학의 기회를 실업의 우려 때문에 권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그들의 교육권을
무시한 비약이라고 하겠다. 또한 비장애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합격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시각의 장애로 인해 비시각장애 학생에 비해 불리한 경쟁을 통해
학습해 온 학생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부터 출발되었으며, 현재에도 장애인
특례제를 거쳐 일선 학교와 기관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일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최근 들어 전국의 대학들이 장애인 특례 이외에도
앞다투어 수 십가지 참신한 특례제도를 만들어 입학 관문을 넓히고 있는 것 자체가
대학 수학의 일반화를 의미하는 것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아직도 일각에서 맹목적이고 피상적인 이유로 장애인 특례제를 비난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럽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변화하는 교육 제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선 대학들에서는 기존의 수능시험에만 의존하는 입학
전형제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제도를 통해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대구대학교를 제외한 대다수의 대학들이 장애인 특례를 수시모집으로 전환하였으며,
합격 기준도 수능 성적이 아니라 학생의 내신 성적과 심층 면접에 따라 맹학생의
수학능력을 평가하기로 하였다. 또한 금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한 바 있는 사이버
대학이나 독학사 과정의 경우도 수능이라는 획일적인 걸림돌을 요구하지 않는
우리에겐 유용한 제도라고 하겠다.
이와 함께 우리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소중한 교육 제도로 이료전문학사 과정이
있다.
지난 8월 30일 서울맹학교와 대전맹학교에서 각각 제1 호 이료전문학사를 배출한 바
있는 본 제도는 그간 전공과 운영을 통해 양질의 이료인을 배출하고자 한 우리
교육계의 커다란 수확이라고 할 것이며, 이를 통해 4 년제 대학으로의 자유로운
편입과 시각장애인 고학력 취득의 길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대학 진학을 앞둔
후학들에게 권장하고 싶다.
현대사회는 정보를 소유한 이가 앞서가는 냉엄한 사회이다. 이러한 현실은
시각장애인이라고 하여 예외일 수 없으며, 우리 모두가 시각장애인 인재 양성을
위해 앞장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