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케치

10만원짜리 수표 그리고 음료수

tosoony 2013. 6. 23. 01:27

작성자:문성준
작성일 :2006.06.18 00:59

앞에서 저희 학교 고등부 학생이 이야기를 한 것처럼 오늘 대전맹학교에서는 이료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대전 시내 가두 서명운동과 촛불 시위를 했습니다.
토요이일 오후, 월드컵 열기와 주말의 들뜬 분위기로 한껏 들뜬 시내 요소 요소에 정안인 선생님과 짝을 이루어 서명 용지와 어깨띠, 전단지를 준비해 바쁘게 움직인 몇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예상과 달리 우리들의 서명 취지를 꼼꼼히 들어가며 서명판에 서명을 해주던 젊은 연인들과 학생들..
뉴스와 각종 보도에서 우리들의 애타는 사연을 들었다며 가족과 자식들의 이름들까지 빽옥히 적어주던 한 아주머니의 정성스런 모습들..
바쁘고 살아가기 힘든 이 세상에 우리들의 속사정까지 얼마나 이해하겠냐고 어렴풋이 마음속에 짐작하고 나섰던 내 생각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순간들이었습니다.
비록 일부 시민들에 의해 길거리에 버려진 전단지를 보며 안타까워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사람들은 우리가  쥐어준 전단지를 들여다보며 잠시라도 읽어보곤 했답니다.
이어서 대전역 광장으로 이동한 저희 대전맹학교 교육 가족들은 어슴프레 지는 해를 대하며 촛불 문화제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100개면 되리라던 촛가 모자라 다시 마련해오는 진풍경을 경험하며 시작한 행사에서 참가한 맹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 그리고 동문들 모두는 이번에 위헌 사태로 목숨을 달리 한
안타까운 우리의 시각장애 동료를 위해 묵념을 올렸습니다.
이어 여러 선생님들이 준비한 글과 호소문을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던 중 지나가던 행인이라며 한 분이 꼭 한 말씀 하겠다며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모 자연보호 단체일을 맡고 계신다는 그 분은 촉박한 차시간 속에서도  힘있는 목소리로 우리들의 행동이 보람된 결실을 꼭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큰소리로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어 어떤 지나가던 한 시민이 다가와 사회를 보던 선생님께 기여코 손에 작은 지폐를 쥐어주며 격려해 주고 가셨습니다.
저희는 만원 정도 되겠거니  했는데, 확인해보니 10만원짜리 수표였습니다.
그 순간 저희는 가슴이 뭉클하며 목이 메었습니다.
그밖에도 저희들의 애타는 호소문 낭독을 지켜보던 대전역사 근처에서 일하시는 홍합을 파신다는 한 아주머니께서는 저희들을 위해 드링크 수십병을 기여코 맡겨주시며 자리르 떠나가셨습니다.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진 대전역 광장의 보잘것없기만 한 촛불 행사였습니다만 오늘 우리는 작은 촛불들 몇 개가 세상을 밝힐 수도 있다는 작은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그 어떤 지원과 물질적 지원보다 값진 따스한 우리 이웃들의 진심이었습니다.
전단지를 나누어줄 때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 시각장애인들의 애타는 사연들을 대부분 알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매스컴의 그간의 보도 덕이었습니다만, 그것은 단순히 보도의 결과라기 보다는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고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이 시대 최소한의 양심적인 사람들의 목소리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믿고 의지할 곳은 정치가, 정부 당국 그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들보다, 바로 이러한 우리와 함께 숨쉬고 응원해주는 시민들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우리 학교 교직원 모두 힘은 들었습니다만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받은 10만원과 음료수는 무엇에 쓸까요...

- 토순이 cyworld.com/tosoony2 중에서

'일상 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거용 명함  (0) 2014.05.31
생활의 발견- 사진 찍기  (0) 2013.10.26
출근길에  (0) 2013.04.02
빈 병  (0) 2013.03.10
미용실 언니  (0) 201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