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생협에서 찬거리 등을 배달시켜 온 지 여러 해가 되었다.
무농약 유기농에 생산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건강상의 장점도 있겠지만 내게 끌린 점은 무엇보다 웹접근성이 어느 정도 되는 사이트에서 시각장애인 슷스로 장을 보면 그것을 다른 사람이 정해진 날에 집안까지 배달해 준다는 점이었다.
이것도 직업적인 병인가 몰라도, 그 때문에 한 때는 혼자서 mp3 강의 파일도 만들어 독거 생활을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돌리며 사용을 장려했던 것 같다.
오늘 우연히 한살림에서 받은 매실병을 아내가 정리하다가 갑자기 내게 빈 병을 가져온다.
뜻밖에 빈병 맨 아랫 부분에 유리로 새겨진 점자가 있었던 것.
'돌려주는 병'
아무 것도 아닌 작은 일일 수 있지만 함께 생산하고 같이 건강한 삶을 나누고자 하는 이 사람들의 취지에 딱 맞는 사례가 아닌가 한다.
예전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땀흘리며 직접 흙을 파고 농사를 지어 한 알 한 알 푸성귀와 곡식을 장만하셨다.
고생은 되었지만 그 밀알 한 톨, 상추 한 장에는 같이 나누려는 믿음과 정성이 담겨 있었는데...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로 속을 끓이는 현대인들.
최소한 기본적 인간적인 삶은 유지하는 일에서만큼은 서로가 믿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토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