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각장애 통합교육 1

임안수(대구대학교 특수교육학과 명예교수)

  세계 3대 시각장애인 교육자의 한 사람인 오스트리아의 클라인(Wilhelm Klein) 박사는 1804년에 빈 시각장애인학교를 설립하고,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시각장애 아동을 일반 학교에서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시각장애인학교 교장들은 통합교육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교장인 동시에 교육청의 관리였던 그는 시각장애 학생이 많아 빈 시각장애인 학교에 그들을 다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과, 자신의 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 학생들을 관찰한 결과 부모가 사는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 낯선 환경에서 욕망이 좌절되고 또 나쁜 습관을 형성하는 경향임을 발견했다. 그 결과 그는 집에서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지역사회 학교에 다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퍼킨스 시각장애인 학교를 설립하고 미국 시각장애인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무엘 하우(Samuel Howe) 박사는 시각장애인 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시각장애인 학교는 형식이 존중되고 개성이 억제되며, 참된 가족관계가 형성되기 어려우며, 이러한 학교는 부자연스럽고, 바람직하지 못하고, 악습에 물들기 쉬워서 시각장애인 학교의 수는 가능한한 적어야 하고 소규모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시각장애인 학교의 부정적인 측면을 설명했다.

클라인이나 하우의 주장은 모두 당대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후일 미국의 특수교육 학자들은 그보다 훨씬 진보적인 이론을 내세워 통합 교육을 지지했고, 특수교육 행정가들도 경비가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통합 교육을 실시할 것을 주장함으로써 미국의 특수교육을 개혁하게 되었다. 마침내 미국 교육부 특수교육국은 1975년에 전 장애아 교육법을 제정하고 통합 교육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그리고 통합 교육을 특수교육의 주류화, 즉 ‘메인스트리밍’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미국이 전 세계를 향하여 특수교육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앞선 조치였고, 모든 장애인이 동등하다는 선언이었다. 이 법률은 특수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 교육청에 두 가지를 지키도록 했다.

첫째,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는 적합한 최대의 범위까지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을 함께 교육한다.

둘째, 장애의 종류나 정도로 일반 학교에서 보충자료와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만족스럽게 교육을 받을 수 없을 경우에만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에서 교육할 수 있도록 했다.

첫 번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적합한 최대의 범위까지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교육청이 최선을 다하여 통합교육을 해도, 장애의 정도가 심하여 통합교육을 할 수 없을 때에는 특수학교(시각장애인 학교 포함)나 특수학급에서 교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시각장애인 학교와 같은 특수학교에서 교육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교육이 아니라 대안적 교육인 것이다. 그러므로 시각장애인 학교에 입학시키려면 일반 학교에서 통합 교육을 받기 어렵다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때 그 증거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평가팀을 구성하여 평가하고, 문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 교사나 부모가 개인적으로 시각장애인 학교가 더 좋다고 하거나 나쁘다고 평가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일단 시각장애인 학교에 입학시킨 후에는 매년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을 수 없는가를 다시 평가한다. 평가 결과, 1년 후에 일반 학교로 보낼 수 있다고 하면 부모와 함께 살면서 가장 가까운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도록 한다.

시각장애인 학교에 입학한 학생도 가능한한 최대의 범위까지 비시각장애인 학생과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 학생이 특수학급에 다닐 경우에도 학교에서 식사하기, 체육, 음악, 특별활동, 학교차로 통학할 때, 오락 활동, 직업 활동 등 다양한 시간을 정하여 비장애 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그러므로 미국 특수교육에서는 항상 통합교육을 받도록 하고, 통합교육이 아닌 것은 정상적인 교육이라기보다 임시조치로 생각한다.

또 장애인 교육법령 300-556조에는 ‘지방 교육청이 통합교육과 일치하지 않는 배치를 한다는 증거가 있을 때, 주 교육부는 그 조처에 대한 지방 교육청의 정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필요한 시정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연방정부의 교육부뿐만 아니라 주 교육부도 지방 교육청이 장애 아동에게 통합 교육을 하지 않을 경우,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를 검토하고,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강력한 규정이다. 따라서 시각장애인 학교가 시각장애 학생을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교육할 경우에는 시정 명령을 받는다.

미국 장애인교육법에는 장애 아동에게 적합한 무상 공교육을 실시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시각장애 교사가 순회하면서 시각장애 학생을 돕고,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해준다. 학생을 평가한 결과, 시각장애 학생에게는 필요에 따라 보행교육, 점자교육, 컴퓨터교육, 저시력 서비스, 점자 교과서의 공급, 통학편의 제공, 상담 등을 실시한다. 또 정안 학생들이 시각장애 학생을 놀릴 때를 대비하여 시각장애 교사는 정안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특강을 하여 실명, 점자, 보행 등을 설명하고, 시각장애 학생도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과 시각장애 때문에 차별대우나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식시킨다. 그리고 정안 학생들이 눈을 가리고 보행하는 체험도 직접해보도록 한다. 이러한 훈련을 통하여 일반 교직원이나 정안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시각장애 학생을 돕고, 시각장애 학생들도 더 다양하고 폭넓은 사회에서 풍부한 경험을 하고 학습한다.

또한 시각장애 학생은 같은 시각장애 학생과의 경험도 중요하기 때문에 여름방학을 통하여 약 1~2주일 동안 특별 훈련을 받기도 한다. 시각장애 학생이 통합교육을 받게 되면, 시각장애 학생은 정안 학생을 이해하게 되고, 정안 학생은 시각장애 학생을 이해하기 때문에 서로 돕는 사회가 형성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의 시각장애아 통합교육과 우리나라 시각장애아 통합교육과는 크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