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의 이해

미국 장애인들의 연금혜택 2

tosoony 2009. 4. 27. 22:52

김기현(<눈으로 행복을 만지다> 저자)


        지난 시간 미국 장애인들이 얻을 수 있는 두 가지 연금혜택, SSDI(SOcial Sequrity Disability Insurance)와 SSI(Supplemental Sequrity income)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였다. SSDI는 중도에 장애를 입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장애를 입은 노동자의 장애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 얼마나 오래 일을 하였나와 얼마나 많은 연금을 적립해 놓았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금액을 차등지원받는 연금혜택이다. 반면 SSI는 경제적으로 자립이 어려운 극빈층을 대상으로 국가가 그 최소 생계를 보장해주기 위해 지급하는 일종의 사회보장성 성격을 가진 연금으로서 독립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장애인과 노인들이 그 주 수혜층이며 장애인들 가운데에서도 국가가 제시하는 최소 수입에 도달하지 않는 자라야 한다는 규정을 가진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 미국의 SSI 혜택이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제도와 흡사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장애의 유무를 떠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 국가가 최소의 생계보장을 위해 연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SSI와 우리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흡사하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들 역시 무료의 의료 혜택과 자녀교육비, 그리고 저렴한 국민임대주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 흡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연금의 차이점은 더욱 많은 것 같다. 우선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 개인이 소유한 재산과 심지어 그 직계가족의 재산 수준 정도를 엄격히 파악하여 연금지급 여부를 결정하므로 실제로 생활이 당장 많이 어려운 국민이라 할지라도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반면 미국의 SSI는 딱 잘라 어디만큼이라고 이야기하기는 모호하나 개인의 사유재산 정도를 관대하게 인정해 준다. 쉽게 말해 복권에 당첨이되든, 집이 한 채 있든, 유산을 물려받았든, 자녀의 대학 등록금으로 어느 정도 저축으로 재산을 형성했든 미국정부는 그것을 개인의 사적 권리로 여겨

소유에 대한 어느 정도 그 자율성을 인정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개인의 소유 정도를 인색하게 따져 결국 개인의 저축의지를 떨어뜨리는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작용은 미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고 하겠다.

  둘째로 우리나라가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국민임대주택은 그 평수가 지나치게 작고 임대아파트 단지로 따로 구성해 공급하므로 사회적 인식도 좋지 않은 단점이 있다. 반면 미국 SSI 수혜자들이 사는 아파트는 일반아파트와 전혀 다르지 않은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임대주택처럼 따로 단지를 맘들어서 활용하기도 하나 그 쾌적성은 우리의 임대주택의 수준보다 훨씬 훌륭한 것으로  안다. 게다가  따로  구분된 임대주택단지가 아닌 일반 입주자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몇 세대를 SSI 수혜자를 위한 세대로 지정해서 그 집에서만은 SSI 수혜자가 원래 다른 아파트 입주자들이 내는 임대료가 아닌 자신이 벌어들이는 총수입의 20%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의 SSI 역시 여러 부작용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SECTION-8만 하더라도 그 수요가 공급을 훨씬 상향하다 보니 이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기다리는 대기자 숫자가 현재 아주 많다고 한다.     또한 다달이 벌어들이는 수입 정도에 의거해 SSI 수혜 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장애인의 취업의욕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SSI가 가진 심각한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지체장애인이 한달에 1000달러가 보장되는 일거리를 찾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최소수입기준인 860달러를 초과하는 수입이므로 이 경우 그는 SSI 혜택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 이 장애인은 차라리 고용을 포기하고 최소 700~800달러가 되는 보조금과 더불어 의료비 등의 혜택을 지원받는 SSI 수혜자가 되는 길을 택할 확률이 높다.    대다수 미국의 장애인들은 SSI 혜택을            잃지 않을 만큼만    즉 최소수입만 간신히 그리고             교묘하게 벌도록 쉽고도 단순한 일자리만을 고수하려는 경향성을 보이게 되어 결국 국가의 재정난은 심각해지고 장애인의 일할 의욕은 점점더 낮아질 뿐만 아니라 고급 장애인 인력 개발의 의지도 떨어지는 부작용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런 현실을 잘 아는 미국 정부도 장애인들을 위한 연금혜택의 부작용을 개선하고자 최근 'TICKET TO WORK'와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해 시행 중이다. 즉, SSI를 받고 있던 자가 자신의 역량을 개발해 ssi를 훨씬 뛰어넘는 고수입의 일자리를 찾도록 훈련과 세금혜택 같은 다양한 지원을 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고용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하면 몇 년간은 정부가 제시하는 최소수입을  훨씬 상향하는 수입을 내더라도 당장 SSI 혜택을 끊지 않는 것 등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미국의 장애인들이 받을 수 있는 두 가지 연금혜택과 그 삶에 대해 살펴보았다. 미국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인권에 대한 생각은 우리보다 오래되었으며 자연히 연금 및 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 역시 선진적이고 다양한 측면에서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이런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 연금의 혜택을 역사적 사회적 국가적 특수성을 배제한 채 그대로 우리나라에 도입하여 적용하려고  한다면 그 연금은 불안정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타산지석이란 말처럼 문제점을 보완하며 미국의 여러 연금제도가 가진 바람직한 면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어떤 개인이 무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직계가족이 경제적으로 수입이 있는 경우나 아주 적게라도 사유재산이 있는 경우는 절대로 연금 혜택에서 배제해 버리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런 원칙으로인해 가족이 전혀 돌보지 않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노인이나 장애인이라도 단지 호적상 직계가족이 존재한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국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인구층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국가의 재정이 충분치 않은 원인도 크겠지만  예로부터 노인을 모시는 일, 장애인 자녀나 형제 자매를 돌보는 일이 국가가 아닌 가정의 즉 개인의 일로 여겨왔던 뿌리깊은 우리나라의 가족중심주의의 영향도 없지 않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핵가족화 산업화, 빠른 노령화와 실용주의적 삶의 코드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가족 부양의 의무를 국민들에게 지우기보다 국가가 해결하고자하는 미국의 연금 시스템은 지향해야 할 점으로 생각된다.

?        두 번째로 연금 수혜자들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존중하는 미국의 연금제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들의 경우 생계보조 차원이나 자녀 학자금 등의 명목으로 아주 약간이나마 돈을 통장에 모아두면 바로 혜택이 중단되는 일이 생겨서 저축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생기는 대로 써버려  가난을 면키 힘든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경우가 아니면 몰래 저축을 하고 재산을 형성하며 혜택을 유지하느라 거짓말을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길 수 있다.

?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커다란 성격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개인의 인간적인 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최소한 인간처럼 살게 해주기 위해 최소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이라면, 이제는 한차원 더 높여서 재산을 형성하고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쓰 줄도 아는 권리마저 좀 생각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의견이다.    물론 어려운 국가 경제와 더불어  재산이 있으면서도 부정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을 받으려는 비양심적인 경우들도 간혹 있고  수급을 받지 않는 다른 국민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어 국민기초보장제도 수급자들에 대한 사유재산 제한을 엄격히 두는 바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같은 불안정한 고용시장과 어려운 경제현실일 수록 더더욱 경제적 무능계층에게 어느 정도의 안정자금을 만들어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그리하여 진정한 경제적 자립을 습득하도록 도울 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해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