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때아니게 남성 중심의 드라마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유행은 변한다지만 작년 요만 때에는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
중심의 캔디형 드라마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요즘엔 '불멸의 이순신', '제5 공화국' 등에서처럼 소위 드라마에 여성 출연자가 거의 없는
신기한 드라마들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며칠 전이었던가, 평양을 다녀온 6.15 방북팀 얘기를 들어보니 김정일도 불멸의 이순신을
보고 있으며,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호평했다는 후문을 보면 재미가 있기는 있는가 보다.
아무튼 나는 이순신은 초반 도입편을 보지 못해 볼 엄두가 나지 않아 보지 않고 있고, 그 유명한 제5공화국도 가급적 안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이순신처럼 첫 회를 놓친 것도 아니고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도 아니다.
시기적으로야 지금으로부터 약 25년전의
일들로 어찌 보면 당시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국민들이 이 나라 젊은이들로 가득찬 시대에 접하는 어찌 보면 구닥다리 스토리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드라마 속의 당시의 출연진과 주인공들이 버젓이 중 장년을 차지하고 이 사회에서 살아 숨쉬는 이 세상에서 그들이
실제로 저지른 만행을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인양 멀쩡히 보고 있다는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럽고 개탄스러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달 6월 들어 제5공화국의 주된 시대 배경은 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커져만
가는 전두환의 잔학한 야심과 이를 채우기 위해 들러리로 나서는 신군부 집단과 또 그를 뒤따르는 언론, 권력기관들..
그런 엄청난 야욕속에서
광주는 희생되었다.
며칠간의 짧은 시기였지만 그 시간동안 정말 꿈속에서나 있을 법한 무정부와 아우성이 이 나라 벌건 대도시에서 있었다는
사실을 지금의 우리 젊은 친구들은 어떻게 이애할까?
6.25와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색바랜 오래된 책속의 엄마 아빠 시대의 듣기 싫은
레파토리로나 이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요즘도 인터넷 사이트들의 독자 게시판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처구니없는 글들을 자주 접하곤 한다.
지금의 세태는 지난 날 박정희 전두환
각하 시절의 업적과 평화 안정이 일부 무능한 좌익의 대통령들(김대중 노무현 등)에 의해 국가적 대혼란이 야기되고 있으며, 하루 속히 박근혜님이
이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둥..
광주 민주화 운동은 정말 북괴의 잔악한 책동에 의한 빨치산과 같은 사태였으며, 지금 우리나라의 정부를
비롯한 곳곳에 이런 좌익 세력이 포진하여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나 어쩐다나.
하긴 그럴 지도 모른다.
옛 말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있다.
상황의 본말은 모르지만 어찌 되었건 뭔가 문제가
있었으니 그런 곤경을 당했겠지 하며 폄하하고 무시하는 태도.
지금도 일부에서는 그 옛날 우리나라 민주화 세력의 고통과 80년의 광주,
그리고 민주화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사건들의 피해자를 이런 논리로 치부하며 외면하려 한다.
그러면 그들은 또 그러겠지.
MBC 방송국에도 좌익 세력이 스며들어 이런 말도 안되는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고..
아무튼 나는 이와 같은 내 마음속의 혼란과 답답함이 짜증으로 번져가면서 집사람이 같이 보자고 하는 '제5 공화국' 시간이면 한사코 다른
일을 하려 한다.
'뭐 뻔히 다 아는 스토리인데 뭘 또 봐~~'
말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정말 청산하지 못하는 역사의 댓가를
매번반복하여 톡톡히 치르고 있는 불쌍한 우리 민족이 너무 안스럽기만 하다...
6월 21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