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댓가 관련자료:없음 [872]
보낸이:문성준 (TOSOONY ) 1995-11-13 00:11 조회:228 추천:0
청산되지 않는 역사의 댓가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언제나 밝음보다는
어둡고 혼란된 모습만이 가득한 것을 보게 된다.
역사의 분수령이 된 중대 사건이 있을 때마다 우리들은
언제나 우물쭈물대며 '역사에 맡기자, 후손의 심판에 맡기자'는
공허한 소리로 그 책임을 미루어왔다.
그러나 그 결과와 댓가는 어떠했는가?
지난 36년간 일제치하의 고통을 겪고 난 후 해방을 맞은 우리 선인들은
친일파 청산이라는 역사적 대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친일파 정치권이 배후를 이룬 일선 경찰의 폭행과 방해에 의해
'반민특위'라는 친일파 청산팀은 와해되어 버렸고,
이제껏 가난한 독립운동가 자손과 부유한 친일파 집안이라는 묘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창출하고 말았다.
또 5.16쿠데타를 만들고 역사를 되돌린 박정권은 어떠했는가?
그의 선봉에 선 김종필은 당시 4대의혹 사건이라는 비자금의 모범을 후대에 남겼으
며 일본과는 굴욕적 한일협상을 맺어 지금까지도 일본인의 망언을 낳는 동기를
제공한 것이 아니던가!
70년대말, 5.16당시 박정희의 쿠데타를 뒤에서 지켜보며 응원한
일부 군인들은 선배들의 행동을 발전시켜 또 한번의 '역사 뒤집기'를 연출하고
억압된 사회속에서 광주사건, 각종 비자금과 비리 등, 지금껏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치스러운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또다시 우리가 일찍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상처와
그에서 파생된 종양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부패한 정치자금 더미속에서 몰락하는 지도자에 의해 일찌기 백담사 행을
다녀오면서 정치적 면죄부를 얻어낸 전직 대통령.
그는 지금도 1주에 한번씩 40여명의 수행원을 대동한 채 전국 각지로 골프여행을
떠나고 있다.
수십년 동안 그들에게 돈을 바치며 굴지의 장사를 해온 우리의 기업들.
그러나 그들은 지난 5.16 직후와 80년에도 이번과 똑같은 국민 사과성명을
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역사는 도전과 응전속에서 발전한다는 유명한 사회학자의
이론이 오늘 이순간 허무하게만 들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문민정부라고 외치는 현 정권!
문민정부란 모든 일을 순리대로 풀어 나간다는 뜻이란다.
우리는 그래서 이번 정부에 글자 자체로부터의 기대를 걸고 있다.
그렇지만 5.18과 12.12의 '공소권 없음'
이라는 결정은 역사의 발전을 바라는 문민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또다시 역사적 죄업을 청산못하는 못난 조상들로
후인들의 지탄을 면치 못하게 되고 말았다.
이제 우리는 일제청산을 못한 이승만 정부를 욕할 자격도,
3공 시대 반란군을 원망할 자격도 없어졌을 뿐 아니라
근간에 벌어지는 12.12 주범자들에 대한 처벌도 떠들 용기를 잃었다.
과연 누가 우리의 가슴에 용기와 시대의 정의를 되돌려 줄 것인지...
1995년 하이텔 플라자 광장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