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아이를 키우면서 - 사투리
보낸이:문성준 (토순이 ) 1998-10-14 23:07 조회:22
아이를 키우면서
지난 어느 봄날의 일이었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라는 것도 하나의 공동체라 그 안에도 온갖 종류의
일들이 많이 벌어지곤 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유행어라는
것이다.
이런 저런 소리를 친구들로부터 배워와 집에서까지 써먹는데, 하루는 녀석이
사투리를 배워왔다.
"지영아, 밥먹어라!"
"알았어유~~ 엄마!"
"못써, 그런 소리하면."
"녜, 안 할께유~"
녀석은 뭐가 재미난 지 모든 문장끝에는 어김없이 유 자를 붙이는 것이었고,
우리가 질색을 할 때마다 더욱 신이나서 그러기 일쑤였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내려오셨다가 이 광경을 보고 녀석을 무릎에 앉혀놓고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셨다.
"지영아, 그런 소리는 촌놈이나 하는거야. 알겠지?"
할아버지의 자상한 설명을 아이는 웬일인지 진지하게 듣더니 다음날부터 사투리를
쓰지 않게 되었다.
그대신 녀석은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이 그 소리를 할 때마다 뒷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어, 촌놈이네!"
하며 의기양양하게 놀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유아용 영어회화 비디오를 아이들 전체가 시청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마침 화면에는
예쁜 여자 선생님이 율동을 섞어가며 간단한 영어 몇마디를 해보이고 있었다.
그때, 우리집 딸래미가 갑자기 화면을 향해 손가락질을 해보이며
예의 그 소리를 외쳤다.
"어, 촌놈이네!"
그 때 화면을 돌아본 우리의 어린이집 선생님은 그만 뒤집어지고 말았다.
화면에서 흘러나온 말,
"I love you." (아이 러비유~~~)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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