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케치

명함을 바꾸었습니다

tosoony 2024. 10. 5. 14:19

일개 교사가 명함이 얼마나 필요있냐고 할 수 있지만 10여년전 관내 통합교육을 받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맹학교 내 시각장애 통합교육 지원센터 홍보를 하면서 가장 편한게 명함 한 장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수업을 하지 않는 신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서로 펜을 찾고 폰에 기록하기보다는 종이 한 장 나누는게 편하더군요.
그래서 지금껏 가지고 다니는 필수 소지품 중 하나가 명함이 담긴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기존 명함들을 모조리 버리고 새로 200장 들이 새명함을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속이나 지위가 바뀔 때 명함을 새로 찍곤 할텐데요.
저는 제가 애용하던 이메일 주소가 변경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비용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35년전 대학에 들어가 어찌 어찌 남들보다 조금 먼저 컴퓨터와 pc통신이란 것에 빠져들면서 남들이 id라는 게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 무료 시범 서비스인 'KETEL'과 달리 상대적으로 유료로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던 '천리안'이라는 pc통신사가 있었습니다.
 이곳에 가입을 하기 위해 처음 tosoony(토순이)라는 장난스런 이름으로 사이버 세상과 첫 인사를 하게 된 지 4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모든 여타의 통신 id를 습관처럼 같은 id로 만들어 써왔는데요.
90년대 후반 인터넷과 이메일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제 생애 첫 이메일 주소도, 
  'tosoony@chol.com' 
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천리를 훤히 바라본다는 멋진 통신망 이름을 가진 데이콤이란 회사는 인터넷 발전과 포털 사이트 등 신종 사이버 세계에서 차츰 밀려나게 되었고 이내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이메일 등 천리안 서비스를 버리지 않은 저같은 충성 고객들 때문인지 
메일 서비스 등 최소한 서버를 운영해 오던 회사는 마침내 이달을 마지막으로 모든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경쟁력있는 기업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마당에 일개 이메일 서비스의 폐쇄가 뭐가 그리 대단하냐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차피 기존에도 천리안으로 들어온 모든 이메일을 다른 이메일 계정으로 포워딩처리하여 천리안 서비스의 폐쇄가 제게 큰 타격이 되지는 않을 예정이지만
젊은 시절부터 저 자신을 대신하여 세상의 모든 이들과 소통해 오던 저의 분신 하나가 사라지는 것같은 작은 아쉬움이 남는 건 저 하나의 지나친 생각일까요.

하루가 다르게 정신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느새 스마트폰과 휴대전화번호가 우리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자리잡더니 이젠 ai가 우리의 24시간을 대신 맡아서 처리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씩 메일함을 열고 반가운 이메일 주소를 확인했을 때 느꼈던 소소한 기쁨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기고 싶어집니다.
 

 

'일상 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각장애 보행 안내의 새로운 변화  (0) 2024.06.30
목단  (0) 2024.05.06
사람보다낫다  (0) 2024.03.02
럼주  (0) 2024.02.04
걷기  (0) 202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