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공무원 임용 승진 규정과 관련해 컴퓨터활용능력시험을 볼 필요가 생겼다.
20년 가까이 컴퓨터 담당 교사로 학생들을 지도하며 맹학교에 근무했지만
정작 나는 관련 전산 시험에는 한 번도 응시한 적도, 그러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해 왔다.
그런데 막상 시험을 보려 하니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 활용능력시험모두 1급 시험은 원서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화면 구성이나 스크린 접근 등이 모두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공무원 인사 규정에서는 장애인의 이러한 문제를 무시한 채 1급을 따야만 원하는 점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결국 그나마 스크린 리더나 문제 등에서 접근성을 고려하여 시험제도가 운영 중인 컴퓨터 활용능력 2급 시험을 볼 수 밖에 없었고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희망하는 점수에 못미치는 점수를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동안 여러 군데 건의를 해보았지만 이러한 나의 문제는
대상자가 소수이고 어쩔 수 없다라는 이유만으로 해결책 마련 없이 묵살당한 채 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현행 제도에서 시각장애인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 과연 시각장애인 본인의 책임으로 감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관공서 행사에서 점자 유인물을 제공하지 않아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잘못일까?
지역화폐 앱이 음성을 읽을 수가 없어 이용을 못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책임일까?
이 모든 것들이 동일한 잘못된 프레임에서 비롯된 일이 아닐까
다행히 아래 기사에서와 같이 뒤늦게 문제제기와 관련 부서의 협의를 통해 1급 시험에 대한 길이 마련되었다 한다.
너무나 잘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이러한 잘못된 제도와 그에 수반된 프레임은 장애인의 당당한 삶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중증시각장애인도 컴퓨터활용능력 1급 시험 응시 가능해져
http://blog.daum.net/tosoony/16098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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