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각장애인 직업재활의 변화를 바라며

tosoony 2017. 5. 29. 21:53

 

홀여사가 평양에서 시각장애 학생을 교육함으로써 우리나라 근대적 특수교육의 토대를 마련하고, 제생원을 통한 이료교육이 시작된 지 1세기가 넘는 장구한 시간이 흘렀다. 어려운 장애인 복지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세계에서 시각장애인만을 위해 독점적인 직종을 국가가 부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그동안 맹학교를 중심으로 한 이료교육과 안마사 자격증 취득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은 직업 재활과 생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각장애 안마업은 반복되는 헌법 소원과 불법 마사지업의 업권 침탈, 업종 형태의 변화 흐름 등으로 갈수록 위기에 내몰리고 있으며, 시각장애 학생의 재활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맹학교 현장의 역할과 책무가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급변하는 미래 직업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교육부를 중심으로 시작된 안마를 위주로 한 학교기업형 재활 프로그램 운영,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도 중복장애 학생 직업 전환 프로그램 강화 등은 변화에 따른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필자는 최근 일부 맹학교를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청소년 비즈쿨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이를 통한 시각장애 직업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청소년 비즈쿨이란 ··고생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 함양 및 창업교육을 통해 꿈··도전정신·진취성을 갖춘 융합형 창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2002년부터 중소기업청이 일선학교를 대상으로 매년 실시해 오고 있으며, 비즈쿨이란 Business+School의 합성어로서 학교에서 경영을 배운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본 사업의 주요 내용으로는 첫째, ·경제교육, 창업동아리, 전문가 특강 지원 등 비즈쿨 지정·운영, 둘째, 험을 통한 기업가적 마인드 함양, 창업실무지식 습득을 위한 비즈쿨 캠프 실시, 셋째, 비즈쿨 페스티벌, 교재·콘텐츠 개발, 담당교사 연수 등 학교 내 인프라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이래 매년 500여개의 일선학교들이 비즈쿨 운영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 스스로 진로를 개척하고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긍정적 인식의 변화를 갖게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시각장애 교육 현장에서 비즈쿨 운영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향후 시각장애 직업재활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시각장애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진로 교육이 가능하다. 그동안 맹학교 이료교육의 중점은 실력을 갖춘 이료인 양성에 역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창업과 경영에 바탕이 되는 기본 자질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 경제 마인드 함양은 물론 성공적인 경영 마케팅과 이미지 메이킹 등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어떤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경쟁과 자본이 중심을 이루는 시장경제에서 우리 학생들이 졸업 후 성공적인 창업과 경영을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은 실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청소년 비즈쿨은 시각장애 학생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과 수업 장면에서 알아야 할 경제교육을 학습하는 데 매우 유용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청소년 비즈쿨 사업에서는 의무적으로 일정 시간 이상의 창업 관련 교육과 전문가 특강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 비즈쿨 사업을 통해 새로운 직업 모델 창출에 대한 도전과 용기를 북돋을 수 있다. 중소기업청에서는 청소년 비즈쿨 사업 공모에 선정된 학교를 대상으로 단계에 따라 각각 최소 500만원에서부터 1500만원에 이르기까지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직업에 대한 탐색과 콘텐츠 개발에 나설 수 있다. 실제로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비즈쿨 학교에 선정된 대전의 한 맹학교는 고등학교와 전공과 학생을 대상으로 안마 심화교육과 함께 저시력 학생을 중심으로 한 바리스타반 운영, 건강식품 탐색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도 중복장애 학생을 위해서도 다양한 진로 직업 모델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방문 등 다양한 현장체험을 통해 기업가 정신 함양에도 나서고 있다.

그밖에도 비즈쿨 사업에서는 교사의 창업과 경제교육에 대한 전문성 함양을 위한 각종 실무 연수와 캠프 운영 등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비즈쿨 사업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일부에서는 안마업 중심의 시각장애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 비즈쿨 사업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곤 한다. 하지만 필자는 반대로 시각장애 교육 현장만큼 청소년 비즈쿨이 필요한 곳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곤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 맹학교는 저시력 학생의 증가에 따른 통합교육의 확대, 중복장애 학생의 증가, 맹학교 교실 공동화, 중도 실명인의 교육적 요구 증대 등 교육 페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기로에 서 있다. 그럼에도 맹학교가 과거 전통적인 이료교육 중심의 직업 교육과정 운영만을 고집한다면 시각장애인 재활에서도 소외될 뿐 아니라 장차 맹학교의 존폐 문제에까지 놓일 수 밖에 없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제4차 산업혁명과 미래 산업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모색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그러한 사회적 요구는 특수교육과 시각장애 교육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미래 산업과 시각장애인의 직업 재활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시각장애인계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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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25일자 브레일타임즈 기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