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각장애 학생의 통합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tosoony 2014. 8. 10. 00:20

홀여사의 시각장애 여학생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근대 특수교육의 토대를 마련한 지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시각장애 특수교육의 환경도 과거에 비해 급격한 변화를 겪어 왔는데, 의학의 발달과 국민소득의 증가, 컴퓨터와 각종 공학기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맹학교에서는 전맹 시각장애 학생보다 저시력 학생의 수가 월등히 높아졌으며, 상당수 저시력 학생들이 맹학교가 아닌 일반학교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맹학교라는 물리적 공간과 제도화된 교육을 중심으로 시각장애 교육 정책을 펼쳐 왔으며, 담장 밖에서 힘들게 수업을 받는 시각장애 학생들에게는 관심을 기울이려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맹학교에 다니는 학생수는 하루가 다르게 감소하고, 교원 및 재정 감축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등 새로운 환경 적응에 대한 모색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필자는 새로운 교육 환경의 변화에 따른 시각장애 통합교육을 위해 오늘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시각장애 교육 환경의 문제와 변화에 대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4년 현재 전국 대부분의 맹학교(신생 학교 제외)에서 전맹을 포함한 전체 재학생 수가 매년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일반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받는 저시력 학생의 수와 학부모의 요구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2013년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일반학교 통합 시각장애학생 수는 747명(특수학급 311명, 일반학급 43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영국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출생에서 15세까지의 아동 1,000명 중 1명이 시각장애 아동이며, 이를 우리나라 일반학교 학생수(2007년 기준 8,276,000명) 대비 맹학생 수(로 환산해 보면 맹학교 재학생수는 8,276명이 되어야 하나 당시에 실제로 맹학교에 재학하는 학생 수는 6분의 1인 1,349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매년 교육 당국의 상당수 예산이 맹학교에 집중되고 있으며, 일반학교에 통합된 학생에게는 단순한 휴대용 확대독서기나 확대교과서조차 제공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시각장애 학생을 판별해낼 수 있는 발견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핵심 요인으로 들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재정 확대에도 불구하고 예산의 합리적인 배분이나 필요한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적 조치가 온전히 제공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에서 저시력을 포함한 시각장애 학생을 정확하게 판별하는 표준화된 검사도구 개발과 의무적으로 장애 학생을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하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그와 함께 시각장애 학생이 어떤 교육 환경을 선택하든지간에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교육과정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별도의 교육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내실있는 공적 조직 구축이 시급하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1조 1항에 의하면 "교육감은 특수교육대상자의 조기발견, 특수교육대상자의 진단·평가, 정보관리, 특수교육 연수, 교수·학습활동의 지원,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지원, 순회교육 등을 담당하는 특수교육지원센터를 하급교육행정기관별로 설치·운영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2014년 현재 전국에는 총 197개의 특수교육지원센터가 특수교육 대상자의 배치, 재활 상담, 치료지원 및 보조공학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 영역의 경우 대부분의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는 단순한 교육 안내나 행정 업무 정도만을 처리할 뿐 실제 통합환경에서 시각장애 학생에게 요구되는 각종 교육적 서비스에 대한 전문적 지원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지역을 포함해 일부 교육청별로 시각과 청각장애 등 감각장애 교육 지원을 전담하는 별도의 특성화 지원센터를 운영하여 전문적인 통합교육 지원을 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시각장애 학생이 일반학교에서 성공적인 통합을 하기 위해서는 일선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시각장애에 대한 전담 인력 지원 등 전문성 확보가 선결되어야 한다.또한 확대교과서 제작이나 탁상용 확대독서기 대여 등 대단위 예산이 필요한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며, 대전과 몇몇 맹학교에서 활발히 운영 중에 있는 특화된 저시력 지원센터의 역량과 위상을 강화하여 보다 내실있는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각장애 통합교육에 대한 우리 내부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아직도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시각장애 통합교육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통합교육은 시기상조이며, 점자와 보행, 이료 교과를 포함해 시각장애인의 온전한 자립을 위해서는 맹학교 교육만이 유일한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강한 게 사실이다. 시각장애 통합교육은 다양한 교육 전달 모형 가운데 하나일 뿐 모든 학생애게 결코 동일한 잣대로 적용될 수 없다. 아직까지도 실명한 채로 맹학교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통합교육 서비스 없이 물리적으로 통합이 된 공간에 방치된 채로 머무르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편견에만 빠져있는 이들에게 맹학교는 최적의 학습 환경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몇몇 학생에게 맹학교가 최적의 선택일수는 있어도 통합교육이라는 커다란 대세의 물고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정안 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교육 매체를 고르고 미래를 위해 폭넓은 선택을 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시각장애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그러한 정보와 공정한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 아닐까.

일부에서는 최악의 경우 맹학교의 존립과 위상이 크게 위협받을 것을 염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의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역할 확대에서나 통합교육의 증가 사례 모두에서도 전문성을 가장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맹학교와 맹학교 교사 밖에는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며, 이러한 미래를 대비하여 새로운 환경에 대한 교육 투자와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일찍이 홀여사는 1900년 통합교육의 불모지와도 같던 당시 정진소학교에 4명의 맹여학생을 통합시킨 바 있다.그로부터 114년이 흐른 오늘 우리의 통합교육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반성해 본다.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이다. 오늘의 어려움에 포기하고 무력해지기보다 새로운 변화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를 견지하는 한 우리 교육의 미래는 아직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