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5월,
토요일 수업이 끝나면 신교동 서울맹학교에서 중곡동에 위치한 나의 집으로 향하기 위해 버스를 타곤 했다.
당시 독재정권의 끝자락에서 정권 타도를 외치던 국민들은 연일 도심지 시위를 멈추지 않았고
세종로와 종로 거리를 지나야 했던 버스는 성난 군중과 최류탄 세례를 피하기 위해 연신 무정차와 난폭 운전을 일삼았다.
당시 차내 방송 시스템도 제대로 없던 시절, 혼자서 버스에 올라야 했던 나는 노선도 없이 마구잡이로 운전하는 버스 속에서 알 수 없는 공포에 시달려야 했고 눈물 콧물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시위는 6월에 들어 더욱 거세졌는데 결국 몇 주 동안 주말에 빨래더미를 들고 집으로 향하던 내 일과도 안전을 위해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고3이던 당시 대학 진학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마치고 나면 나는 최고 상급생이라는 백으로 10시 취침 시간이 넘은 시간에도 학교 앞 전화박스로 혼자 내려와 집으로 전화를 걸곤 했다.
집으로 가지 못한 채 기숙사에서 감옥 아닌 감옥과 같은 시간을 보내던 당시, 가족은 내 안위를 염려하곤 했다.
그 때였다.
조용한 그 시간 나는 멀리서 들리는 함성과 콩볶는 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아마 그 위치는 광화문과 세종문화회관 주변일 것이리라...
오늘 다시금 백만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인파가 시내를 점령했다.
사람들은 그 어딘가로 전해지기를 기대하며 반복된 함성을 질러댔다고 한다.
분명한 것 하나,
그 소리가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시 나도 들었던 소리를 그 분이 계신 맹학교 길 건너라고 해서 못들을 리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