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시각장애인용'

tosoony 2015. 6. 11. 23:54

언젠가부터인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관심과 제품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대전에 근무지가 있다보니 특히 근처에 있는 연구단지나 대학 등으로부터 개발 중에 있다는 기술이나 시제품을자주 받아보곤 합니다.
가끔은 아주 창의적이고 고민과 땀이 느껴지는 것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아쉽게도 답답하거나 심지어 실소를 느끼게 만드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리고 그런 물건들의 공통점이 있는데요.
시각장애인들의 요구와 불편에 대해 곁에서 지켜보고 머릿속으로 고민은 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직접 장본인에게 물어보거나 작업 과정에서 같이 애써 보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중 가장 흔한 사례가 시각장애인용 음성지원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정안인들은 소리 또는 음성 지원이 상세하고 친절하다는 것 자체가 시각장애인에게 편리하거나 유리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가전제품 중에서 '음성 안내'라는 표시가 된 제품을 생각보다 많이 보게 되는데요.
라디오, 스피커, 심지어 밥솥까지~~~
상냥한 여성의 목소리로 구체적인 인사말까지 포함된 자세한 멘트들은 어쩌면 사용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전해주면서 제품자체의 가치를 높여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곧 시각장애인용이냐라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지요.
요즘은 모두 시각장애인용 이어폰 기능이 내장된 단말기로 교체가 되었습니다만 그간 시내 곳곳에 설치된 ATM기의 소리를 들어 보셨는지요.
문열고 들어설 때부터 온갖 안내와 뚜껑 열고 돈 꺼내가라는 잔소리까지 마다하지 않는 자동인출기를 시각장애인이 사용하지 못한 이유는무엇이었을까요?
정작 금액을 찍기 위한 숫자 버튼, 액정에 얼마가 표시되어 있는지, 인출과 입금은 어떻게 구별하는지 등은 일절 묵묵부답인 기기를 앞에 두고 친절한 시각장애인용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기기가 터치패드로 대거 교체되는 시기에 더듬는 것만으로도 실행이 되는 상황에서 엉뚱하게 주변 안내만 읊어대면서 손가락을 대자마자 곧바로 실행이 되게 만드는  것이 시각장애인용이라는 생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물론 제 말은 그러한 일부 정안인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무시하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서로가 경험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발품을 팔거나 눈 딱 감고 미리 미리 함께 곁에서 물어보고 잠시라도 그들의 눈높이에서 호흡해 보면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제일 중요한 부분은 빼놓고 힘든 노력과 엄청난 예산을 투자해 물건을 만들어 놓고 들고 들어오는 분들을 볼 때면 참 안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마디 했습니다.

언젠가도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시각장애인용 식물원이라는 곳에 가게 되어 큰 기대를 품고 들어섰는데요.
알고 보니 냄새가 많이 나는 식물들을 심어 두었다고 관리 업체가 붙인 이름이었다네요... ㅎㅎ

어느새 2015년의 반이 흘러 갔습니다.
모두들 힘냅시다~~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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