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한글점자 규정 개정과 관련하여

tosoony 2013. 11. 2. 01:25

오래간만에 글 올리게 됩니다.

아래 김기현님의 게시물을 보고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며칠전부터 새로운점자 개정안 의견 공지글을 대하고 또 학교 내에 이러한 의견을 여러 가지로 중계했습니다.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한글점자 가운데 바침 쌍시옷, 영자 약자의 활용 변경 등 예민한 내용이 많은데요. 저는 이 부분은 여러분들이 오늘 이후라도 각자 현명한 고민과 판단을 내리리라 믿고 여기에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들을 대하면서 한가지 마음이 편치 않은 점이 있어 이 곳에도 올리려던 참이었는데 그저 게으름이 문제입니다~~

 

오는 11월 4일은 아시겠지만 점자기념일입니다.

많은 이들이 날이 갈수록 경시되어 가는 점자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이를 막기 위해 여러 행사도 진행되는 줄 알고 있습니다.

그 중 눈여겨 보았으면 하는 게 바로 최근 공지사항에도 올라온 점자 개정 의견 조사입니다.

아마 상당수 시각장애인들은 이번 점자 개정 연구 작업이 진행되는 것을 모르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물론 연구 진행 과정에서부터 모든 이들에게 동일한 규모로 알려져야 하는 법은 아니겠으나 앞에서 말한 점자의 가치와 그 비중을 볼 때 이번 개정 작업은 나름 의아한 절차를 거치는 게 아닌 가 싶습니다.

참고로 지난 2006년 개정된 표준한글점자 작업의 경우 이미 수년전부터 관련 학회와 실무자와 각계 전문가들이 논박과 토의를 수차 거치고, 또 점자 잡지 등 각종 잡지 기고를 통해 다수의 공의를 지켜보며 관심을 고조시킬 계기가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비장애인들에 비해 매스컴이나 정보 전달 매체가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시각장애인의 총의를 모으기가 참 어렵다는점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시각장애인의 근간을 흔드는 이같은 점자 개정 작업의 경우 그 어떤 일보다 진득하고 차분하게 각계 각층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것이야말로 나중에 오류와 모순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지금 초스피드로 진행되는 금번 작업은 그런 점에서 많은 이들의 의견을 공유하는 시스템에서 상당히 벗어난 절차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어떤 의도가 있어서 그렇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금번 연구 작업 자체가 개정을 염두에 둔 게 아니고 외부 프로젝트를 통해 시작된 순수 연구이며, 이것 역시 전체 동의 또는 확정 절차에서 아직도 많은 변수가 남아있다는 점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제가 근무하는 학교 공문함이나 이곳 공지사항, 공적인 학회의 세미나 등에서 이같이 중대한 작업에 대한 공식 진행 문건은 한 번도 보지 못했구요.

이곳 연합회의 공식 잡지인 브레일타임즈 기사를 모두 뒤져봐도 이렇게나 중대한 점자개정 연구에 대한 단신, 포커스 기사 하나 보지 못한 건 참 뜻밖이라 아니할 수 없네요~~

그저 일부 분과에서 진행되는 설문지와 모임 후기 정도를 사석에서 좀 접한것 같네요.

또 금번에 올라온 개정 의견 기간 역시 2주간으로 상당히 짧다는 것과 대부분 참여하지 않고 벌써 한 주가 지나가고 있다는 점 무척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보통 평인들이 생각하기에 앞으로의 진행 역시 긍정적인 면보다 우려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점 역시 인정해야겠지요.

과거 표준한글점자 개정 작업에서와 이번이 다른 점은 당시에 비해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고, 국내에도 당시에 비해 교육이나 점자 등에 해박한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나 석박사층이 증가했다는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국내 학회 등 모임체가 이미 존재하며, 컴퓨터와 전자점자 등 여러 부가적인 사항을 고려할 많한 여지가 더 늘어났다는 점 또한 시간과 거름장치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는 논리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근거가 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오래전 미국의 북미 점자 개정 담당자와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 역시 시각장애인들의 특성상 자신들이 평생 써 온 점자 스타일을 바꾸는 데 저항이 심해 오래도록 진전이 느리고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는 달고도 소중하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 역시 사정이 마찬가지이겠지요..~~

지금이라도 저는 연합회가 맡아 진행하는 이번 점자 연구의 내용을 상식적인 절차와 과정을 통해 최대한 많은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토론과 참여를 통해 수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절차를 보고 자라는 우리 후배들은 '점자란 이토록 땀과 노력이 필요할 만큼 소중한 것이었구나~~' 라는 확신을 갖지 않을까요.

그것이야 말로 점자기념일 이벤트 행사 한 번 치르는 것보다, 점자쓰기 대회 한 번 여는 것 보다 효과가 더 높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램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토순이.

- 2013년 10월 넓은마을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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