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입학한 두 아이와 내외 모두 직장에서 보직을 맡아 한 주 내내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집안 꼴이 늘 엉망입니다.
오늘도 집안 대청소좀 할라치니 머리하러 간다, 도서관에 간다 다들 바쁘게 나가버리고 어쩔 수 없이 혼자 청소기에 스팀청소기 돌리기 시작..
그런데 스팀청소기에 꽂을 걸레가 어디 있더라~~~
집안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찾아낸 걸레 한 장.
그런데 물기가 다소 어린 것이 빨아서 마르다 만 건지, 아님 빨을려고 적셔 둔 건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냄새가 안나는 걸로 봐서는 새 거 같기는 한데~~ 확신은 안 들더군요.
우리 같은 사람들 이런 경우 참 불편하지요..
잠깐의 시각적 지원만 있으면 금새 처리할 일인데도 그걸 얻을 수 없음으로 해서 불가피하게 남보다 더 수고로워야 하니 말입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
첨단 하이테크 기술을 사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 저는 마루 한복판에 문제의 걸레 한 장을 놓아두었습니다.
그리곤 제가 애지중지하는 아이폰의 고화질 사진찍기 기능을 이용해 손으로 적절히 카메라의 방향을 걸레쪽에 맞추었습니다.
너무 가까이 대고 찍다가는 걸레는 안나오고 멀쩡한 마루바닥만 나올 수 있기에 약간 높은 곳에서 아래를 향해 조준한 후 사진찍기 버튼을 클릭했죠.
평소 심심할 때면 가족과 함께 장난삼아 사진이나 동영상을 제 맘대로 찍고 그걸 곧장 페이스북이나 첨부 메시지로 보내던 터라 금방 메시지로 첨부해서 미용실에서 머리하는 아내에게 전송시켰습니다.
1분도 안되어 상황 파악을 한 아내로부터 답이 오더군요.
"새 걸레예요~~~ ㅋㅋ"
아이폰 덕에 모처럼 열내서(?) 청소좀 해볼라 했던 제 노력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ㅎㅎ
작년이었던가요.
장안의 화제가 된 '블라인드' 영화 속에서 주인공 김하늘이 아이폰의 화상통화 긴응으로 치한을 물리치는 장면이 나왔었습니다.
사실 그 영화가 있기 전부터 저는 아는 지인으로부터 이런 화상통화(skype)같은 기능을 잘 활용하면 독거 시각장애인의 가사 도우미나 외출 보행시에 큰 도움이 되겠다라는 제안을 듣고 실제 몇 번 테스트도 해본 경험이 있었거든요.
결론은 이동 중에 보행의 보조 수단으로 아이폰의 화상통화를 사용하려면 카메라의 반경이 좀 더 넓어져야 한다는 것, 화면이 떨리지 않게 몸에 고정하는 거치대 등의 부가 장치가 있어야겠다라는 점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혼자서 집안의 특정 상황을 누군가로부터 시각적으로 지원을 받기 위해 아이폰의 화상통화나 사진, 동영상 파일 첨부를 이용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공학기술의 발달은 비장애인에게는 삶의 쾌적함으로 다가오지만 장애인에게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마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는 하루입니다.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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