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영화이야기

30년 친구가 된 영화

tosoony 2012. 2. 19. 12:12

70년대말 초등학교 6학년, 딱지치기에 여념이 없던 어느 날 누나는 갑자기 나를 외국 영화를 보여준다며 시내로 데려갔다.(아마 같이 갈 친구와의 일정이 펑크가 나지 않았나 생각됨~~)

종로 근처에 있던 소위 개봉 상영관 앞에서는 비쩍 마른 거대한 로버트 입간판이 세워져 있고 영어로 뭐라 씌여 있던 그 극장은 지금의 피카디리였다.

요즘의 멀티플랙스 영화관의 스크린과는 비교가 안되게 거대한 대형 영상 스크린에서 나온 첫 장면은 검은 우주와 거대한 별 하나. 그리고 잠시 후 그 옆으로 스쳐나오는 낯선 우주선.. 그것은 바로 스타워즈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근 2시간 동안 정신없이 펼쳐지던 영화에 몰입하며 난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때까지 sf와 로버트 영상이란 대한극장에서 보던 태권브이 시리즈가 전부인 줄로만 알았던 내게 스타워즈의 영상은 현실과 상상을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었는데, 그 날 이후 난 매일 틈날 때마다 혼자 상상에 빠져 있거나 스타워즈 속 등장인물들을 공책에 끄적이곤 했던 것 같다.

다행히 시간이 흘러 TV 더빙을 통해 대부분의 스타워즈 시리즈를 다시 볼 수 있었지만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작게나마 가슴이 두근거린다.

며칠 전 아이들과 함께 집 근처 영화관에서 만화영화를 보러 들어서는데, 머리 위에 있는 예고편 동영상 스크린에서 낯익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스타워즈는 5편 모두 상영된 뒤였는데 이상하네...

알고 보니 스타워즈 3편이 3d 그것도 리얼 3d로 다시 상영된단다.

뜻하지 않은 반가움, 30년된 오래 된 친구를 다시 만나는 느낌이랄까...

내가 아직 시력이 좀 남아 있다면, 아니 히어링만 좀 된다면 당장에라도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 대신 아빠의 스타워즈 매니아에 끌려 덩달아 스타워즈를 좋아하게 된 우리 딸래미가 대신 보고 오겠단다.~~ ㅎㅎ

그래, 이런 영화는 단순한 헐리우드 s블랙버스터가 아니야~~

우리 인간의 상상력과 미래에 대한 열정, 그런 걸 자극하는 아주 훌륭한 영화라니까...

끝나가는 이 겨울, 여러분도 한번 기회가 되시면 보고 오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