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영화이야기

나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을까

tosoony 2012. 5. 29. 01:08

긴 연휴, 쌓인 일이 많지만 그래도 영화 한 편 봐야겠다는 맘을 먹고 여기저기 뒤적이다가 결국 맘편하게 보고 나오자며 늦은 저녁,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아내와 같이 보았습니다.

연애 시절, 그 떨림과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달콤함이 7년이란 세월 과 함께 아무렇지 않게 속옷 바람으로 서로에게 돌아다니고, 화장실이나 생리현상 등을 무감각하게 내보이는 관계로 변해가는 모습은 생활 속 우리에게도 늘상 보는 광경이라고 하겠습니다.
독설만을 일방적으로 일삼는 아내에게 지쳐버린 남편은 아내에게 새 남자를 사귀게 함으로써 이혼의 빌미를 만들고자 계획을 꾸미지만, 결국 그 과정 속에서 잊혀졌던 아내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새롭게 꺼내들 수 있게 됩니다.
오늘도 많은 우리의 부부들이 권태기라는 이름과 식상함이라는 단어와 함께 배우자에게 관심을 끊거나 등을 돌리는 일이 자주 벌어지는데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가끔 한동안 부부가 서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만들어보자구요.
그동안 자신이 서로에게 무감각하게 느끼고 잊었던 많은 소중한 것들을 그 사이 다시금 찾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다소 어설픈 영화 구성과 내용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부부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기에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해 봅니다.

대개 이런 영화들이 그렇듯이 주인공 특정 배우의 연기능력을 검증하는 듯한 느낌의 것들이 많은데, 이번 영화속 연기력 검증 대상은 여주인공인 임수정이었더군요...
나름 임수정씨의 달라진 여러 연기력을 보는 것은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아쉬운 것 하나는, 남자 주인공 배우의 대사 처리가 아닌가 합니다.
영화 컨셉 자체가 코믹이라 그렇겠지만 빠른 대사에 웅얼거리며 허겁지겁 내뱉는 대사들 중 많은 부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귀로 들어야 하는 자로써는 자꾸 옆의 아내에게 물어야 하는 일이 반복되더군요~~ ㅠㅠ
무엇보다 대략 스토리를 예측할 만한 전개에 늦은 밤, 자꾸 하품이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네요~~ ㅎㅎ
killing time이 필요하신 분이라면, 임수정씨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부부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오래간만에 나온 이런 주제의 영화도 한번 감상해 보심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