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영화이야기

부러진 화살 속에 담긴 어두운 우리의 자화상

tosoony 2012. 1. 26. 03:01

이곳 페북을 가득 채우는 부러진 화살 영화 기사평을 보며 괜한 조바심에 시간을 보내다 명절이 끝난 바로 오늘 저녁 8시10분편을 온 가족을 모두 이끌고 결국 보고 왔습니다.

이미 인터넷의 여러 매체를 통해 간략한 줄거리와 평단의 평가를 대한 채로 관람해서인지 심각하게 몰입하지는 않았습니다.

거기에 재미없어하는 막내 아들 녀석이 팝콘을 바닥에 쏟고,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영화 한 편 보기 힘들더군요~~ ㅠㅠ

영화는 속도감있게 진행되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다소 식상한 인물 캐릭터 설정이나 언울하게까지 보이는 판사들의 행동은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느낌도 가진 것 같고, 앞서 오마이뉴스 평에 나온 것처럼 주인공의 석궁을 통한 범죄 행위가 일면 가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동의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제2의 도가니가 되면 어쩌나 하는 일부 언론과 법조계의 걱정과 달리 그렇게까지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고 온 지금까지 마음 속에서 남는 여운이 있더군요.

그 중 하나는 영화속에서 마지막으로 매스컴의 힘을 빌어 법조 비리와 정의를 일깨우려는 그들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권력의 힘에 눌려 맥없이 무릎을 꿇게 된다는 장면이었습니다.

마침 오늘은 mbc가 그간의 편파 보도의 문제점을 사내 기자와 노조가 함께 일어서 파업에 들어간 첫 날이기도 했습니다.

10분으로 줄어든 뉴스같지 않은 뉴스를 대하면서 스크린 속 허구가 바로 이 순간 완벽한 리얼리티라는 것을 확인받았다는 점에서 작은 전율이 느껴지더군요.

역시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는 부러진 화살이 반복되고 있고 힘든 민간인의 외로운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설사 일부 석궁 테러 시도의 범죄 가치가 흐려지는 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보다 오늘날 끝없이 권력을 휘두르는 힘있는 자들끼리의 무언의 카르텔의 위협과 공포에 더욱 분개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될 것 같았습니다.

또 한 장면 아이들과 함께 보기 결코 쉽지 않았던 장면으로 주인공 안성기가 그 어떤 힘에 눌려 평소 지내던 독방에서 끌려나와 악질 동성연애자들 방으로 이송되어 인간이기를 포기한 잔악한 이들로부터 보복성 고문을 당하는 장면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해 어떤이는 실제와 다른 허구일 뿐, 상업성에 기댄 영화를 너무 확대 해석하지 말라는 충고도 하더군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상황을 대하며 이런영화에서나마 카타르시스를 찾아 헤매일 수밖에 없는 이 나라 국민의 결핍을 그 누군가는 책임져 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밖에 모처럼 안성기가 7광구의 부진에서 벗어나 중후한 캐릭터를 과시할 수 있는 영화를 찾았다는 데 평가를 주고 싶었구요, 우스꽝스러운 문성근의 돌발 출연도 나름 인상깊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되시면 한번 영화관 다녀오시면 어떨까 합니다..

 

토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