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그토록 주저하며 피하려 했던 도가니를 학교 교직원들과 함께 단체로 보고야 말았다.
특수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로 엄존하는 오늘의 현실을 피한다는 내 자신이 한심해보이기도 했지만 이미 내용을 알고 있던 터에 그 진저리나는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정의'란 분명 하나일텐데... 보통의 영화에서는 선이 이기고, 카타르시스를 통해 악인은 종말을 맞게 되는데...
왜 이 나라의 힘있는 악인들은 끝까지 자신의 죄악을 단죄받지 못하고 승승장구하는 것일까.
영화 속에서 당연한 '정의'라는 용어는 가해자들이 법의 힘을 이용해 기사회생한 후 술잔을 기울이며 환호화며 외치는 입에서 흘러나옴으로써 우리 시대의 아이러니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영화 속 내용이 픽션만은 아니라는 게 너무 지켜보기 힘들었다.
온갖 정경유착 비리를 저지르고도 유유히 전세계를 활보하고, 14범이 넘는 범죄 전력과 패악을 저지르면서도 도덕성을 자신하며, 하느님의 힘을 팔아 권력을 탐하고, 수 십일 동안 노동권 보장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을 범죄자로 모는 이 나라 자체가 정말로 우리가 지켜봐야 하는 진짜 영화 '도가니'가 아니었을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모두들 머리아프고 힘들다며 얼굴빛이 안좋은 채 헤어졌다.
그래도 이런 작은 밀알 하나가 미래의 패악을 조금이라도 막을수 있다면 견뎌야지 않겠나.
부질없을지도 모르는 이 생각을 겨우 가슴 속 한 구석에 부여잡고 저녁 거리로 나섰다.
박영선 의원이 말한 대로 '하는님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리신다는 ...'그 문구를 다시 한번 되뇌이면서~~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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