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돋보기

장애인 화장실과 시각장애

tosoony 2011. 8. 18. 19:25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를 때마다 참 편하다고 느끼는 것 하나가 장애인화장실이다.

예전에는 아내와 함께 화장실을 가려다 보면 혼자서(케인을 준비못할 경우) 적당히 오감(?)을 총동원하여 이리저리 남자화장실내를 찾아가거나 그래도 안될 때면 다른 남자분에게 부탁을 해야 했는데, 1인용 장애인화장실이 생기고 부터는 너무나 쾌적하게 볼 일을 보고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전국의 고속도로를 쏘다니다 보니 이러한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솔솔 생겨나고 있다.

그건 다른 아니라 장애인 화장실의 위치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애인 화장실이 휴게소 바깥의 차량에서 내려 접근하기 용이한 곳에 자리한 데 반해 몇몇 휴게소의 장애인 화장실은 실내의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길다란 통로 중간이나 안쪽에 측면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성 안내자가 따라오기 난감한 곳이라 장애인 혼자 해당 화장실까지 다가가야 하는데, 겨우 더듬어간 화장실문에서는 정작 또 화장실마다 다른 위치에 열기 버튼이 부착되어 있어 찾기가 아주 난감하기 짝이 없다.

용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다시 문닫는 버튼을 찾는 데 시간을 소모하게 되고, 그 다음에는 한동안 내부 구조를 혼자 익히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뭐 그냥 저냥 경험상 해결을 할 수 있다고 하자.

문제는 참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우리의 좌변기 디자인 문화가 시각장애인에게는 원치 않는 숨바꼭질을 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보통 좌변기는 뒷편 좌측에 전통적인 모양의 레버로 되어 있지만 요즘 들어 측면에 동그란 단추를 누르게 바뀌고 있다.

그런데 이 단추가 제품에 따라 변기의 왼쪽 측면에도 있고 오른쪽에도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좌변기가 아닌 뒷편 벽에 떨어져 뜬금없이 붙어있기도 하다.

물론 때때로 모두들 아시는 것처럼 좌변기 주변 바닥에 붙어 있는 바람에 괜한 헛수고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그러나 난감함의 압권은 단연 센서 감지 방식이라고 하겠다.

아무리 진땀을 빼며 오만 위츼에 있을 법한 단추를 찾아도 없어 도대체 이걸 어쩌나 난감해할 즈음 순간적으로 물내려가는 소리가 난다.

어딘가를 내 손이 지나치다가 센서가 감지되어 물이 내려간 것인데, 명확하게 어디를 만져야 물이 내려간다는 랜드마크를 간파할 수가 없으니 이처럼 어이없는 경우가 또 있으랴.

이왕 이야기를 꺼낸 김에 요즘 장애인 화장실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비대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대부분의 비대에는 협소하나마 점자가 돌출되어 있는데, 지금껏 여러 제품을 만져보았지만 온전하게 제대로 된 점자가 붙어 있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점자로서의 돌출 정도도 미약할 뿐 아니라 점알사이의 간격이 적거나 아예 으그러진 것처럼 점자인지 주름인지 구별하기조차 어려운 한심스런 것들도 많다.

 

분명 이러한 장애인 화장실을 설계할 때에는 시각장애를 포함한 모든 장애인들이 불편없이 사용하도록 나름 고민들을 많이 하셨을텐데, 그러한 노력이 오히려 어떤 장애인들에게는 어이없는 수고로움과 때로는 당황스러움을 안겨준다면 그것은 차라리 안하는 만 못하지 않을까...

특히 요즘 들어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일반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바라볼 때 편리할 것이라고 자기들끼리 상상해서 행하는 많은 것들이 되려 그들에게 불편함이나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필드 테스트에서 실제 장애인들에게 의견을 듣고 그들의 요구를 직접 확인해가며 만든다면 예산도 줄이고 호평도 받는 경우가 될텐데, 일부에서는 장애인들이 그러한 의견을 제시할 만한 능력조차 부족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혹시나 아니신지 노파심이든다.

하지만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애인 화장실이라도 이 순간 많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래는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장애인 화장실들을 소개한다.

 

- 서울역 구내, 서울춘천간 가평 휴게소: 장애인 화장실이 화장실 통로 안쪽에 있어 이성 안내자와 함께 접근하기 곤란

- 인천공항: 좌변기 물내림 버튼이 좌변기 후면 벽에 붙어 있어 찾기 곤란

- 홈플러스: 세면기 위쪽 거울이 비스듬히 앞으로 돌출되어 충돌 위험

 

토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