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돋보기

그 많던 마스크는 다 어디 갔을까?

tosoony 2010. 4. 14. 13:28

4월의 중순에 접어든 지도 여러 날이건만 영상 1, 2도를 오가는 날씨 예보는 아직도 세월의 흐름을 깨닫지 못하는 듯 싶습니다.

집안 식구들이 차례로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하더니만 결국 제 차례가 되어 1주가 넘게 시름시름 앓고 있네요.

동네 병원도 예외가 아닌 듯, 저녁 무렵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대기실은 기침을 하고 보채는 어린아이와 부모들로 북적입니다.

아파서 울거나 기침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괜히 저도 더 아픈 것도 같은게 역시나 병원은 올 데가 못되는 것 같습니다. ~~ ㅋㅋ

문득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와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드롬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멕시코 바이러스, 돼지 바이러스를 거쳐 온 세상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든 인플루엔자, 바로 신종 인플루엔자였지요.

그런데 그 생각을 하면서 참으로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바로 몇 달 전까지의 일인데 제 머릿속부터 아니 제 주위와 매스컴까지 어느 순간 증발이라도 된 것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잊혀진 이름 또한 신종 플루였습니다.

지난 가을, 마침내 휴교까지 하면서 당장 세상이 어떻게 될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동네 병원에서는 옆 사람에게서 혹시라도 병이라도 옮으랴 복도에서 서성이던 그 사람들..

길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건물 안 복도와 주요 관공서 입구에는 어김없이 손소독기와 열감지기가 놓여있던 그 시절이 아주 오래된 까마득한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사실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지난 가을 정부의 노력으로 백신 주사가 일선 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많은 사람들의 경각심 속에 전염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행해지면서 자연히 신종 플루가 감소된 영향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병 자체가 순식간에 전쟁에 패한 적군처럼 물러가는 것도 아니라면 국가나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여전해야 할텐데, 어느 사이 길거리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온데 간데 없고, 관공서와 건물안 소독기는 방치된 채 천덕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가 되었습니다.

물론 저를 포함한 제 가족이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은 다행이고, 국가적으로 이나마 잘 넘어갔다면 그 만한 국가적 비용쯤이야 응당 치를 만하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들이 지난 한 해 긴장했던 그 많은 일들이 혹시 지나친 것은 아니었는지, 또 집단적 공포와 페닉 현상에 따라 자칫 이성을 잃은 행동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일들이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나지는 않을테니까요.

사실 인플루엔자는 이번 만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주기적으로 전세계 인구를 휩쓸면서 사상자를 낳은 질병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그런 내용을 우리는 교과서나 여러 책자에서 옛날부터 자주 접해온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신종 플루'라는 이름으로 명명되고, 매일 매일 언론을 통한 괴소문이 더해지면서 실제 병의 위중함 이상으로 공포감이 확산되어 우리를 페닉으로 몰아간 점이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사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성적인 대처만이 원인을 풀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의 지금의 행태 또한 염려가 됩니다.

마치 냄비에 끓는 물처럼 순식간에 끓었다가 잠시 이슈에서 벗어나면 일제히 망각해 버리는 집단심리.

그리고 그 속에 언론이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권력은 언론을 장악하려 애를 쓰고,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국민을 요리하려고 오늘도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어릴 적 글짓기 숙제를 할 때마다 마무리 용으로 애용하던 문구가 생각납니다.

"각자가 맡은 바 위치에서 소임을 다하고~~~..."

 

그러나 오늘날 세상은 자기의 위치에서 들리는 대로 듣고 보이는 대로만 보아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 순간 매스컴과 권력자의 입을 통해서 쏟아져 나오는 저 무수한 주장과 활자들이 또다시 제2, 제3의 신종 플루로 우리들의 눈과 귀를 홀릴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토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