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dvs 수신기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

tosoony 2011. 2. 24. 00:23

며칠 전 2010년형 dvs 화면해설 수신기를 뒤늦게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 dvs 수신기를 사용한 게 아마 2002년인가 2003년이 아닌가 하는데요.

학교에 있다 보니 그 사이 몇 차례 후속으로 나온 dvs 수신기 모델을 써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공중파에서만 화면해설 방송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나름 화면해설 방송 시간을 귀담아 들어두고 찾아서 청취하려 노력도 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초기의 화면해설 방송은 일부 드라마를 그것도 정규 방송이 아닌 다음 날 낮방송 시간에만 화면해설이 입힌 채로 방송이 되어 저같은 직장인에게는 아주 무용지물인 셈이 되어버렸었습니다.

물론 그 이유와 제작상의 어려운 고충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시각장애인의 바램대로 웹사이트를 통한 다시보기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이제는 굳이 정규 시간을 찾아 수신기를 틀어보려는 노력이 필요없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드라마들을 몰아서 편하게 상세한 설명을 들어가며 감상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거든요.

특히 저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경우는 몇 주에 한 두어 편씩 올라오는 영화는 아주 목마르게 기다리는 소일거리가 되었지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시각장애인에게 오늘 이 순간 dvs 수신기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며칠 전 새 수신기를 설치해 보았습니다.

예전 모델보다 점점 싸이즈도 작아지고 그간의 기능의 단점을 보강한 부가기능이 추가되어 갈수록 나아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스피커 음질이 다소 맑아졌고, 리모콘 조작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음성안내가 추가되었다는 점, 특히 간단한 조작 하나로 방송을 wav로 녹음하여 들을 수 있다는 점 등은 무척 편리한 것이 기획하신 연합회의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반면 솔직히 어이없는 기능도 여전하더군요.

전 오래된 녹음테이프만 늘어지는 줄 알았는데, 진짜 학교 동료 선생님이 발견한 것처럼 늘어지는 mp3 음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이렇게 만들기도 쉽지 않을텐데 진짜 대단한 기술(?)이구나 하는 쓴웃음이 나오더군요.

그쪽 개발 업체에는 음감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는이들만 있는 건지, 저도 알아챈 문제를 그들은 몇 천대 보급을하면서도 몰랐다니요..~~ ㅋㅋ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형 dvs 수신기는 나름 시각장애인 가정에서 라디오, tv, 방송 녹음기로서의 역할을 일면 충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 뿐이었습니다.

이 기기가 과연 그러한 시각장애인의 가정 내 편리한 부가기기로서의 역할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는 원래의 취지로 볼 때 이게 지금 잘 되고 있는 것인지는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해가 바뀌고 또 새로운 dvs가 출시될 즈음이면 사람들은 물어봅니다.

이번에는 어떠한 부가 기능이 추가되었는지, mp3 용량은 얼마나 늘었는지, 또 생김새는 얼마나 예뻐졌는지 등등...

그런데 저는 그 분들로부터 화면해설 방송에서 표현되는 해설이 너무 주관적이라든가, 필요한 해설을 제 때 못해서 불편하다라는 등의 내용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상당수는 이번 주 어떠어떠한 방송이 화면해설로 방영되는지조차 아예 모르고 있는 것이 다수였던 것 같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방송사 사이트 편성표에 가보면 dvs라고 표시된 것들이 있는데요, 그것들이 화면해설이 된다는 뜻입니다.

또 연합회에서는 주별로 화면해설 방송 안내를 넓은마을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몇 분이 제대로 이 기기로 방송을 청취하고 있는지 저도 솔직히 궁금합니다.

그간에 넓은마을 자유 게시판을 통해 기기에 대한 평은 많이 보았어도 화면해설 기법에 대한 평가나 방송 제작 전반에 대한 글은 거의 못 본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앞서 적은 dvs 수신기의 부가기능에 대한 부족함을 대놓고(?) 지적하기가 그간 참 민망하더군요.

 작년 가을이던가요, 학교로 설문조사를 하겠다며 어떤 여성분이 오셨습니다.

 내용은 dvs 화면해설 방송을 얼마나 듣는지, 그리고 개선할 점은 없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 그나마 저는 kbumac 사이트를 통해 화면해설 방송을 이용하고 있기에 그것을 기준으로 답은 할 수 있었지만 학교 내의 대부분의 학생이나 시각장애 선생님들은 솔직히 내심 이용해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답을 하라냐며 이리 저리 피해 다니는 것도 종종 본 것 같네요..

 하지만 이 기기 역시 상당한 세금이 들어가는 공익 서비스라고 본다면 그에 합당한 원래의 기능을 충실화하는 것부터 접근하는 것이 옳지 않나 생각합니다.

 화면해설 방송의 편리함을 알면서도 시각장애인들이 수신기를 통해 화면해설 방송을 들으려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겠지요.

 제 생각에 일단 그 이유는 여전히 동시성의 문제라고 봅니다.

 보고싶은 방송을 저녁 프라임 시간에 가족과 같이 즐길 수 없으면서 다음 날 또는 며칠이 지난 후 혼자서 사이트를 통해 보는 상황에서 굳이 dvs 채널을 돌릴 이유는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 물론 여기에는 연합회 센터 담당자분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방송사측의 드라마 제작형태 즉, 전작이 아니라 턱에차서 방송을제작해 올리는 나쁜 관행이 원인인 점 알고 있습니다.

 하지만 방송위원회의 결의를 통해 수신기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고, 관련법이 강제규정으로 제정되어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라면 그러한 동시성에 대한 권리도 방송사에 요구하여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그에 더하여 정규 뉴스에 대한 화면해설도 지적하고 싶은데요.

 설문조사 때마다 주장하고 있는 내용입니다만 뉴스 보도나 다큐와 같이 정보접근에 있어 중요한 방송물의 경우 화면에 스쳐가는 자막과 외국인의 통역 내용 등을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요.

 실제 라디오에서 중계되는 저녁 9시뉴스를 보면 당직을 서는 아나운서가 tv화면을 보면서 곧바로 해당자막을 낭독해주는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이것은 외부에서 라디오를 청취하는 일반 청취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인데요, 실제 라디오 청취자의 요구나 우리 시각장애인의 요구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 라디오 뉴스 중계를 위해 당직을 서는 아나운서의 노력 하나면 같은 시간 tv 뉴스에서 같은 화면해설을 듣는 것이 쉽게 해결될 수 있을텐데 어려울까요?(실제 저는 9시뉴스를 라디오로 청취하고 있음)

 마지막으로 화면해설 기법의 개선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현재는 가급적 프로그램 내 대사가 나오는 순간을 피하여 화면해설을 입히는 것으로 압니다만 그러다 보니 어떤 경우는 화면 상황보다 너무 이르게 해설이 나오거나 반대로 상황이 종료된 뒤에 설명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 또 도저히 해설을 입힐 상황이 안되어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스스로 상황을 유추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 또 해설 중에 화면 상황에 대한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용어 표현은 오히려 한쪽으로만 내용을 이끌어 듣는 이의 상상력을 해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개선과 품격있는 해설이 이루어진다면 지금보다는 사용률이 적어도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몇 년전부터 학교 내 '영화감상부'라는 계발활동을 운영해 오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신청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 그 이유라는 것이 평소 영화를 본 적도 없고 겨우 보려 해도 무슨 소리인지 도통 몰라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 또 어떤 여학생은 화면해설이 들어 있는 외국 영화를 보며 그들이 빠르게 내뱉는 대사와 유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당황해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 그러던 녀석들이 요즘에는 '터미네이터3'의 긴박한 추적신에 숨을 죽이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속 여주인공을 보며 눈물을 찔끔거리곤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 화면해설의 덕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dvs 수신기가 갖는 상징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이것을 계기로 하여 우리들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접근권을 계속적으로 확대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귀찮고 힘들더라도 열심히(?) 화면해설 자료를 감상하시고, 피드백도 자주 주시고 해야 하겠지요..

거기에 더하여 연합회 담당자분들의 지금보다 더 많은 세심한노력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보기좋은 떡이 맛도 좋겠지요~~

이왕이면 진짜 쓸모있고 틀어보고 싶은 기계가 나오면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이용할 것 같습니다.

 

오래 전부터 한 번 꺼내야겠다라고 생각한 주제였습니다만 너무 장황했던 것 같네요..~~

양해 바랍니다.

 

요며칠 오후에 흰지팡이로 길을 걷다 보니 위에 걸친 겨울 점퍼가 덥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새롭게 바뀌는 계절처럼 우리 모두에게도 새롭고 신선한 변화가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토순이.

 

- daum cafe '전자제품시각장애인사용자모임: 전시사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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