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순이의 세상 견문록

공짜 복권으로 제주도 여행 다녀온 사연 1

tosoony 2010. 1. 18. 02:40

  지난 여름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제주도 2박 3일 여행을다녀온 지 며칠 안되는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큰 딸애가 남동생과 함께 가까운 대형 할인매장에 있는 모 체인점 음료 코너에서 쥬스를 먹으면서 받은 복권을 우연히 긁었는데, 그게 그만 제주도 2박3일 무료 여행권에 걸린 겁니다.

딸아이는 그 뜻밖의 소식을 흥분어린 목소리로 휴대폰으로 전해왔고,

"그거 사기야 그런 거 한 두 번 보았니?"하며 그냥 버리라고 했죠.

그래도 녀석은 계속 여기 인터넷 접속 주소도 있고, 전화번호도 있다면서 기어코 집에 갖고 오자마자 인터넷으로 확인을 해보더군요.

부산에 위치한 '땡땡땡 투어'라고 하며 자세한 내용이 나오더군요.

2인용 제주도 특급 호텔 2박 조식 포함과 아반떼 렌터카 48시간까지 약 40여만원 어치가 무료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딸아이 녀석은 계속 아쉬운지 전화해 보자고 했고, 속는 셈치고 연락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어렵게 통화된 ars 목소리는 이런 복권 당첨 사례가 많은지 아예 전용 접속 번호를 따로 누르라는 친절한 음성 안내까지 나오고 있었습니다.

더욱 더 불안한 의심속에 상담원과 통화를 했지요.

결론은 인터넷 안내에 나온 대로 40여만원 상당의 무료 상품이고, 복권에 딸린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에 접수를 하고, 제세공과금 10만원을 내면 2년안에 언제든지 미리 연락해 예약만 하면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전화를 끊고 다시 안내문구에 명시된 호텔 사이트를 찾아 외관을 살펴보고, 내용을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제세공과금 10만원을 내라는 건 아주 낡은 사기 수법의 전형이라 냄새도 나는 것도 같은데, 30만원어치의 나머지 비용은 도통 얘네들이 뭘 가지고 이득을 보겠다는건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참고로 성수기인 여름과 봄 가을 특정 달의 경우는 두 달 전에 예약을 해야 날짜를 잡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아무튼 해당 땡땡땡 여행사 사이트를 죽 둘러보고 갈등을 쪼매 하다가 속는 셈치고 사이트 가입과 10만원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 데에는 딸아이 지영이의 감동어린 멘트도 한마디했죠. ~~ ㅋㅋ.

"아빠 걱정말고 이번엔 엄마 아빠 둘만 갔다 와. 나랑 석호랑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중2 학년 여자아이의 말치고는 뜻밖이었죠. 아마 녀석은 난생 처음 자기가 얻은 행운을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았던가 봅니다.

아무튼 녀석에게 "우리 딸 땜에 엄마 아빠 16년만에 신혼여행 또 한번 가겠네!" 라며 엄청 뜨는 오버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한편으론 맘속으로 이거 만약 사기로 판정나면 딸아이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라는 걱정도 있었죠.

그런데 일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 우리 집 두 녀석은 오후에 날이 덥다며 또 문제의 할인매장을 들러 쥬스를 사먹었는데 다시금 받은 복권이 어처구니없게 똑같은 제주 2박3일 여행권에 당첨된 겁니다.

딸아예 녀석은 이젠 거의 제정신이 아닌 듯 괴성을지르며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물론 저의 불안은 더욱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거 완존히 낙였군..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그렇다고 아이 앞에서 너 낙였다고 우리 완전히 속았다고 할 수도 없고 찢어버리자니 괜히 찜찜하고 며칠을 그냥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같은 학교 동료 여선생님께 내용을 알리고 함 신청해 볼 의향이있냐고 넌지시 물어 보았습니다.

물론 사태의 전후 사정과 위험성도 고스란히 알려 주었죠~~ ㅋㅋ

그런데 그 선생님은 해보겠다고 바로 가져가더군요. 거기다 더해 자신의 두 아이들도 같이 가겠다며 추가 요금까지 냈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사기인지 낙인 건지 모를 복권에 우리는 말려들었고, 저는 가부를 빨리 확인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돌아오는 겨울방학 중에 가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 이어서 계속


- 토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