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이 깊어간다.
느릿하게 여름의 끝자락이 남아있던 10월 중반을 지내고 갑작스레 찾아온 찬바람에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리고 돌아본 가을은 어느새 깊어만 가 있다.
지난 주 놀토 주말을 맞아 허겁지겁 스케즐을 만들기로 하고 연일 인터넷 지식인을 뒤져보았다..
떠나가는 가을의 끝을 꼭 느껴보고 싶고, 또 내 아이들에게 세상의 이치와 한 때의 아른한 기억을 또 한장 얹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잡아본 장소는 문경이었다.
원래는 월악산의 아기자기한 단풍과 가을산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며 그쪽으로 잡으려 했지만 주변 볼거리가 별로 없다는 판단에 문경새재로 결정지었다.
95년이었던가, 96년이었던가 천리안 모두하나 장애인 동호회에서 가진 전국모임 때 다녀간 충주, 월악산과 그 일대 도로가에 펼쳐진 단풍의 모습은 나와 같이 찾은 집사람과 몇몇이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라고 한다.
마치 온 세상이 노랗고 빨간 불이 붙은 듯한 모습에 운전이 어려울 지경이었던 그 때 그 모습을 생각하며 25일 토요일 아침 떠난 길은 늦가을이라는 시기임에도 아직 단풍이 온전히 들지 않은 듯 중간 중간 파아란 빛이 돈다는 말에 일면 실망했다.
가는 길도 바뀌어 새로 뚫린 청원 상주간 고속도로와 중부 내륙 고속도로를 통해 시원하게 달려가는 길도 예전의 느낌과는 색다르게 전해져왔다.
그러나 문경새재에 도착해 생각지도 않게 접한 사과축제의 행렬과 그 옛날의 저자거리 모습, 그리고 아련하게 잊혀졌던 불량식품, 뽑기, 뺑뺑이 돌리기, 뻥튀기 만드는 기계 등을 보며 우리 가족은 모두 행복했었다..
덕분에 문경 제1관문도 제대로 넘지 못했지만, 또 철로 자전거 타는 시간도 놓치고 말았지만, 불타는 가을 단풍을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마음만으로는 가득 무언가를 담아 갈 수 있어 작음 보람을 느낀 하루였다..
다시금 겨울이 찾아오리라..
세월의 작은 두께 하나를 머금은 시간이 다시 내곁에서 새로운 출발을 일깨우는 요즘이다.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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