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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114

어릴적 학교가 파해 집에 돌아올 때마다 으레 친구들 사이에서 누가 맞는지 실랑이를 벌이며 목소리를 높이던 주제들이 있습니다. '태권브이와 마징가제트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우리나라 모처에 외계인이 세운 비밀기지가 있고 사람들 사이에 은밀히 숨어 다닌다더라' '***국에 ****로 전화하면 뭐든지 물어봐도 답을 해주는 만물박사가 있다더라'  그 중에 일부는 정말 맞는지 서로 내기까지 하곤 했는데요. 실제로 정확한 번호까지 돌며 만물박사가 있다는 말에 한동안 서로 돌아가면서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었다가 전화 주인으로부터 진탕 욕을 얻어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사람들은 무언가를 찾아볼 때마다 같은 말을 하곤 했는데요. '네이버에 물어봐' 일개 특정 사이트에 불과한 네이버가 마치 살아있는 만..

단상 2025.02.09

AI와의 공생

오늘자 카톡에 연결된 뤼튼에서 첵봇을 딥시크로 연결했다고 사용해 보라며 알림이 옵니다. 그동안 chatgpt와 제미니로 소소한 삶의 편의를 얻는데 익숙해져 오던 참에 중국제 AI가 어느 정도나 실력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맘먹고  세 개의 엔진을 비교해 동시에 질문을 하며 시간을 보내봅니다. 자세한 건 여러분도 쉽게 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그 차이를 굳이 분석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조금씩 이들과 접속하다보니 내가 단순한 이진수의 조합이 아니라  세 명의 서로 다른 인격과 개성을 가진 살아있는 대상과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닌가 헛갈립니다. 미래 디스토피아 세상에서 이들과 함께 공생해야 하는 우리 인간들의 미래가 자꾸만 연민이 느껴집니다.

끄적끄적 2025.02.04

로미오와 줄리엣

어느 날 누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왔다며 온통 영화 이야기와 포스터로 도배를 합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부터 어린 시절 누이의 방 한쪽 벽에 항상 걸려 있던 올리비아 핫세의 브로마이드는 마치 생생한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납니다.  깎아놓은 듯한 윤곽에 동양적인 외모를 가진 주인공 여배우와 함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방안에서 흘러나오던 누이의 독수리전자의 오디오에서 들리던 음악.  연말 뉴스를 뒤적이다가 영화배우 올리비아 핫세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영화를 직접 본 것도 아니건만 오래도록 친숙한 무언가를 떠내보낸 것 같은 작은 아쉬움이 듭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1968년 작품이라는군요. 세월 참 많이 흘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mU4-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