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케치

베고니아

tosoony 2023. 8. 26. 10:49

아침부터 집사람이 베란다에 핀 베고니아가 너무 너무 이쁘다고 난리입니다.
꽃이 안 이쁜게 어디 있겠냐 속으로 생각합니다만 옆에서 자꾸 업이 되어 이야기하는데 시각장애인으로 호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밋밋한 제 반응에 이젠 아예 화분을 통째로 들고 와 꽃을 만져보여주기까지 합니다.
거참. 
이참에 시각장애인이 만져서 그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IT 발전은 저혼자서 아이들 인물 사진도 찍어주고 바닥에 돌아다니는 조그만 종이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도 알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얼마전 학회에서 만난 설리번 플러스 앱 대표분과의 대화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하면 조만간 시각장애인들이 지금보다 더 편리하게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미 AI 기반의 일부 대화형 모델에서는 이미지를 훨씬 자세하게 서술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좋은 세상,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생각하며 꽃향기를 맡아 봅니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지구 한편에서는 바다와 자연을 훼손하는 무자비한 행위를 맘놓고 합니다.
며칠 전 속리산 현장체험을 학생들과 함께 다녀 왔습니다.
입구의 체험관에서 다양한 여러 전시 프로그램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요.
실제 속리산을 탐방하지 않아도 VR, AR 등의 사이버 체험으로 실감형 콘텐츠를 그대로 맛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그런데 혹시나 조만간 우리 아이들이 이런 AI 기구들로만 베고니아를 구경하는 때가 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답답함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지난 봄 자스민을 의기양양하게 직장 사무실로 옮겼다가 머리 아프다는 선생님들의 반발에 밀려 소위 파양당해 집으로 가져왔는데요.
아무리 다른 사람들에게 향기가 진해도 저에겐 아직도 그런 꽃이 더 끌립니다.
이 가을 이쁜 모습과 함께 은은한 향기가 나는 꽃이 무엇이 있을까 다시 한번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일상 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빵냄새  (1) 2023.12.30
화이트크리스마스  (0) 2023.12.25
이상 자연현상  (0) 2023.04.28
귀해야 아름답다  (0) 2023.04.03
캡슐커피  (0) 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