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케치

이상 자연현상

tosoony 2023. 4. 28. 16:05

 

엊그제까지 깔끔하기만 하던 거실 바닥이 금요일 저녁 퇴근하며 들어서는데 온통 어석거리는 먼지 느낌이 가득합니다.
식탁 대리석 위며 장식장 위를 손으로 쓸어보아도 온통 노란 가루가 묻어난다고 합니다.
이게 뭐지?
원인은 송화가루였습니다.
보통 송화가루는 4월말이나 5월 초순 동네 하늘을 뒤덮곤 하던 것이 상례였는데 4월 중순을 막 넘긴 때에 이렇게나 송화가루가 온 대지를 뒤덮는 경우가 있었던가 생각해 보니 낯설기만 합니다.
올해는 특히 3월 중 잠시 지나간 이상 더위로 온갖 봄꽃들이 동시에 피어나는 통에 아쉬운 봄날의 짧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몸이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소소한 일이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이런 이상한 자연연상은 앞으로 더욱 더 자주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니 마음이 답답합니다.

지난 주말은 모처럼 동창들과 함께 코로나로 미뤄 두었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즐거운 여러 추억들 중에서도 싱싱한 자연산 활어회를 맛볼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도 큰 행운이었는데요.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이웃나라에서 얼마 후 방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어찌 보면 가장 일차적인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이곳 주민들이 뜻밖에 너무도 조용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 비슷한 여러 사례의 경우 어민들의 해상 시위다, 현수막 걸고 외치는 주민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던 것과 비교해 본다면 어찌 이렇게나 평온한지 정말 의아스럽기만 했습니다.
정말 우리들은 오염수 방류 다음날 부터도 여전히 자연산 회를 시식하고 고등어 구이를 맘놓고 먹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더더욱 이상한 점은 TV나 스마트폰 뉴스앱을 열어 보아도 한 나라의 건강권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에 대해 아무도 문제삼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작 나오는 기사란 것이 강남 모 음식점에서 먹튀한 누구를 찾는다거나, 어떤 유명인의 멋진 안경과 의상이 얼마짜리라는 둥. 
예전 우리들은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TV를 틀었고 신문을 뒤져보곤 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곳을 열어보면 내가 알고 싶어했던 궁금증을 풀 수 있었고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주변에서 궁금하고 답답하다고 TV와 신문을 뒤적이는 사람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신종 대안 미디어라고까지 하는 유투브를 먼저 보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는데요.
일부에서는 유투브의 편향된 알고리즘 때문에 국민들간의 반목과 갈등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고도 합니다.
실상 그런 면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우리들에게만 돌린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밖에 할 수 없겠습니다.
웃을 때 웃고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 이상하다고 말하고 분노할 때 분노하며 또 그것을 그 크기만큼 세상에 알리는 것은 정말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입니다.

오늘날 해마다 심해지는 자연의 이상 현상의 원인은 실상 우리 인간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눈을 질끈 감고서 자연의 경고를 외면한 우리 인간에게서 출발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 집사람이 차려준 해물 우동을 맛나게 먹으며 묻습니다.
이거 너무 시원하고 맛있네~~
집사람이 비결을 말해줍니다.
요즘엔 각종 신선한 해물을 담아 둔 해물 모둠펙을 팔아서 그것만 하나 넣으면 국물간이며 요리 모두끝이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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