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케치

캡슐커피

tosoony 2023. 2. 9. 12:57

지난 해 봄 동료 선생님이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이 너무 좋다며 하도 자랑을 하기에 가족들 앞에서 나도 한번 사볼까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얼마 후 직장에 다니는 딸아이가 아빠 생일선물이라며 어누 날 덜렁 기기를 가지고 들어 옵니다.
그 전까지 캡슐머신이란 인스턴트 커피맛에 더해 상대적으로 비싼 캡슐 가격으로 비경제적이라는 오래된 관념이 제게도 있어 왔는데요.
당일 시음용으로 가져온 몇 가지 캡슐 커피를 마셔 본 순간 단박에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향에 따라 진한 맛에서부터 농도 조절을 할 수도 있고 드립에서만 볼 수 있었던 크래마를 캡슐 커피에서 구현했다는 게 정말 놀라울 뿐이더군요.
지난 20여년간 휴대용 압착식 원두 커피에서부터 여러 종류의 메이커를 써 보았지만 이런 풍부한 맛을 드립이 아닌 인스턴트 방식에서 느껴본 건 처음입니다.
무엇보다 그간 메이커를 쓰면서 매일 먹고 난 메이커와 망을 청소하느라 귀찮고 번거로웠던 데 비하면 캡슐머신은 그야말로 그 자체가 시각장애인용으로 개발된 제품이었습니다.
제가 구입한 제품은 10만원대 초반 네스프레소 기본형 머신으로 버튼 두개가 달린 캡슐커피 내리는 기능만 있는 모델입니다.
거기에 캡슐 하나 당 대략 600원 전후의 비용이 발생합니다만 수십 종의 각기 다른 맛을 가진 캡슐을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거기에 범용 모델이라 스타벅스, 이디아 등 다른 회사의 캡슐 모두 사용이 가능하기에 질릴 틈이 없습니다.

어제 졸업식이 끝나고 학교는 얼마간의 고요한 평화가 찾아 왔습니다.
늦은 겨울방학으로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지쳐 하는 모습을 보며 제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요.
그래서 어제 시작된 방학이 저부터가 오히려 너무도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텅 빈 사무실에서 혼자 내려먹는 캡슐 커피의 진한 향내와 크래마가 오늘 따라 더 혀끝에 향긋하게 와 닿습니다.
모두들 행복 에너지 맘껏 충전하고 새로운 신학년도에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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