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케치

낮말은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2편

tosoony 2023. 1. 29. 23:58

20131월에 구입한 정확하게 만 10년이 된 우리집 SUV 자동차가 이제 힘을 다해 가는지 요즘 들어 몇 달이 멀다하고 잔고장으로 수리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내의 직장이 인근의 다른 도시에 위치해 있고 매일 고속도를 운행하다 보니 10년간 32만 키로를 넘도록 이렇게 든든하게 출퇴근길을 버텨준 녀석이 고맙기도 합니다.

 

지난 주 설 당일, 복잡한 설을 지나 다음날 서울에 사는 어머니와 형제들끼리 여유있게 식사 자리를 갖자는 말에 정체 시간을 피해 해가 진 저녁 역귀성을 위해서 고속도로에 들어설 때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조수석의 역할은 운전자가 졸리거나 피곤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주업무입니다.

마침 이틀 전 맘먹고 차를 바꿔야겠다는 마음에 영업사원을 불러 요즘 뜨고 있는 전기차를 구입하기로 계약을 마친 뒤였기에 저는 유투브를 검색해 해당 차종의 최신 리뷰 영상을 틀어놓고 몰입해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채 2분이 안되어 갑자기 스피커 소리가 멈추더군요.

그러더니 차안의 조명등이 계기판과 함께 갑자기 모두 꺼지기 시작했습니다.

곧바로 차내의 히터가 꺼지면서 마지막으로 후미 비상등까지 모두 나가버리고 핸들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태로 그저 엔진만 털털거리며 굴러가기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아내는 극도의 두려움으로 당황해하기 시작했고 갓길에 차를 세워야 하나를 두고 서로 다급한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어느 곳에서든 차를 멈춘다면 더 이상 아무 것도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점과 한밤중에 비상등조차 켜지지 않는 상태에서 갓길에 차를 세울 경우 자칫 2차 교통사고를 각오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아내는 안간힘을 쓰며 근처 휴게소까지 긴장감속에 차를 몰아 갔습니다.

다행히 고속도로가 차량 정체로 저속으로 움직이는 통에 고속에 따른 차량 이동에 대한 두려움은 덜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10분여 만에 가까운 휴게소로 접어들 수 있었고 견인차의 도움으로 다시 대전으로 돌아와 안전하게 정비업소에 차를 맡길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글을 적는 이유는 저희 가족의 생환 소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지난 30년의 결혼 생활 동안 우리 부부가 소소하게 느껴온 한 가지 징크스 때문인데요.

그건 집안의 아파트며 가구나 자동차를 바꾸려고 우리 내외가 이야기를 꺼내고 나면 그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며칠이 안되어 집안의 그 멀쩡한 물건들이 신기하게도 알아서 고장이 나더라는 것입니다.

이번의 경우에도 물론 차가 노후되어 평소에도 잔고장이 있기는 했지만 하필이면 귀성 차 속에서 새로 계약한 차의 리뷰 영상을 틀자마자 차가 멈춘다는 게 너무 공교로와 우리 부부는 그저 웃고 말았습니다.

더 신기한 건 아래 2012년에 제가 저의 블로그에 포스트한 글을 읽어 보시면 정확히 11년 전 지금과 같은 1월에 설을 맞아 올라가면서 역시나 지금 타고 있는 새 차를 구입하려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 뒤 차에 문제가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덕분에 가끔씩 옛날 얘기를 나누며 우스개 화제거리로 밥상에 올려놓았던 소재가 이번 형제들의 명절 수다거리가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핑계김에 우리 모두 말조심합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그러나..."

https://tosoony.tistory.com/16098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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