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케치

귀해야 아름답다

tosoony 2023. 4. 3. 22:55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구경한 꽃이라곤 우리집 마당에 피어난 하얀 목련과 동네 회색담장을 따라 핀 개나리가 전부였습니다.
그 후 대구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우리 주위에는 뜻밖에 참 많은 꽃들이 시기별로 피어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른 봄부터 매화에 산수유, 목련을 필두로 개나리와 벚꽃 등이 피어나고 4월 조팝나무꽃에 이어 라일락 향기가 교정을 가득 메우고 난 5월이 되면 두류산을 아카시아가 가득 메운다는 것을 처음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올해 3월 중반에 갑자기 밀어닥친 고온으로 아파트 산책로에는 개나리와 목련, 진달래에 이어 벚꽃이 모두 함께 뒤섞여 피어나는 진풍경이 가득합니다.
다행히 지난 주말 좋은 날씨 덕에 아이들과 함께 이틀 내내 보문산 오월드 벚꽃길과 대청호 오백리길에 핀 벚꽃 터널을 구경하는 행운을 맛보고 왔습니다.
딸아이가 오늘 아니면 다음 주 비가 와서 올해 눈호강도 끝이라는 도촉에 나선 길이었지만 잘 하고 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늦은 밤. 갑자기 날씨가 안좋아지며 창밖으로 거친 바람 소리가 창문을 흔들어 댑니다.
이 가문 속 비가 오겠다라는 반가운 마음과 함께 함편으로 그 숱한 벚꽃들이 모두 떨어지겠구나라는 아쉬움이 묻어 듭니다.
꽃이 아름다운 건 귀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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