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케치

세월과나이

tosoony 2022. 4. 1. 13:48

부엌에서 평소 듣지 못하던 끽끽하는 소리가 들려 아내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평소 사용하던 전동 칼갈이가 고장났는지 잘 안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결혼할 때 시어머니가 사주신 것인데 결국 수명이 다 한 것 같다네요.
그렇다면 올해로 29년.
작년 여름, 결혼할 때 부모님 댁에서 갖고 온 금성 선풍기가 목이 부러져 버리면서 이제 이것이 신혼 살림의 마지막이구나 했는데
숨어서 세월을 견딘 녀석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집안에서 우리 부부와 함께 세월을 이겨낸 녀석이 또 하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베란다의 군자란.
결혼할 때 신혼집 휑한 베란다를 채워야 한다며 아버지가 당신의 집 베란다에서 안아다 놓아준 잘 자란 군자란.
그래서 이 녀석은 대체 나이가 몇 살인지 알 수도 없습니다.
하나 중요한 건 그 오랜 세월을 버티면서 여전히 봄이면 꽃을 피운다는 사실.
좋긴 합니다만.
인생의 법칙에 어긋나는 거 아닐까요.
괜히 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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